[취재파일] 한류는 있지만 한국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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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최대 서점 상하이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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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오 취파

<▲상하이 중심가에 위치한 상하이슈청>

중국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에는 ‘상해서성’(上海書城), 중국어로 ‘상하이슈청’이란 대형 서점이 있습니다. 상하이 중심가인 푸저우로의 고층 건물 안에 자리하고 있는데 매장이 7개 층이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책의 성’이란 이름 그대로 정말 엄청나게 많은 책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서점보다 방대한 매장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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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발간된 한국어 학습 서적>

중국 내 ‘한류’를 반영하듯 이곳에는 한국과 관련된 다양한 책이 서가에 꽂혀 있습니다. 특히 한국어 학습 교재가 많습니다. 이밖에도 한국 음식과 한국 주요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도 꽤 있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중국이 한국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인이 지은 한국사 책을 하나 구매하려고 하다 놀랄만한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상하이슈청’ 같은 초대형 서점에 한국사 책이 단 한권도 없었던 것입니다. 혹시 이미 매진된 것이 아닐까 해서 서점 직원에게 물어보았더니 “잘 모르지만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오기가 발동해 역사에 관련된 책이 있는 2층 매장의 모든 서가를 다 뒤져보았지만 소득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물론 중국과 혈맹이라는 북한과 관련된 서적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상하이슈청’ 부근에 있는 ‘고적서점’을 방문해 찾아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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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역사 서가>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구미국가인 미국,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폴란드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 국가인 일본, 인도, 싱가포르, 캄보디아, 이라크, 스리랑카, 중남미 국가인 멕시코, 쿠바, 볼리비아,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인 가나, 가봉, 튀니지, 짐바브웨 등 정말 많은 나라의 역사책이 단행본으로 발간돼 있었습니다. 이중에는 중국인이 직접 지은 것도 있고 외국 역사가가 저술한 것을 번역한 것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한 나라의 역사와 전통을 알기에 충분할 정도의 내용이 수록됐습니다. 저는 혹시나 해서 중국인이 저술한 [세계사]를 살펴보았습니다. 한국이나 북한과 관련된 기술은 역시나 거의 없었습니다. 중국인이 지은 [중국사]는 어떨까요? 우리와 관련된 내용이 일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중국인이 직접 관계돼 있는 역사였습니다. 한사군 설치, 임진왜란, 청일전쟁(중국명 갑오전쟁), 그리고 1950년 한국전쟁(중국명 항미원조전쟁)이 대표적 예입니다.

베이징, 충칭 같은 다른 대도시 서점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상하이 경우를 비춰보면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동북공정’이란 이름 아래 고구려사를 비롯한 우리 역사에 대한 왜곡 작업을 벌여 왔습니다. 우리 정부의 대응 미흡으로 시정 조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학생들은 중국인이 저술한 교과서를 통해 우리 역사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이 지은 한국사를 중국 출판사가 번역해 중국에서 발행할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그럼 중국인이 지은 한국사도 왜 서점에 없는 것일까요? 혹시 ‘한국사는 독립된 외국의 역사가 아니라 중국사의 일부’라는 그릇된 인식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방침과 다른 민간 학자의 한국사 발간은 허용하지 않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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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오 취파

<▲상하이슈청의 한국어 서적>

2천5백만 명이나 되는 상하이 시민이 가장 큰 서점을 방문해 [한국사]란 단행본을 한권 보려고 해도 볼 수 없는 게 지금의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중국인은 우리 역사의 대표적 인물인 세종대왕, 이순신, 정약용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한-중 FTA 체결로 두 나라의 인적-물적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진정한 우호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면 서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는 필수조건이라 생각합니다. 중국이 한국 역사에 대한 기본 시각을 바꾸지 않는 한 한국은 그저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또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필요한 존재에 불과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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