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은퇴 선수, 제2의 삶을 위한 지원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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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각지대에 놓인 '은퇴 선수'

<블랙자막> 은퇴 (隱退) :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

88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엽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학교수로 제2의 인생에 정착하기까지, 그는 먼 길을 돌아와야 했습니다.

[인터뷰:김재엽, 동서울대 스포츠학부 교수]

"유도만 평생 26년 하고, 은퇴한 지 26년 됐는데 딱 나와서 막막했어요. 귀화할 정도로 생각했었고, 자살까지 하려고 마음도 먹었었고…"

대부분의 운동 선수들에게 은퇴는 사형선고와 마찬가집니다.

은퇴선수의 불안정한 삶은 각종 사건,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일반인이라면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 운동에만 매달렸던 선수들 대부분 무방비 상태로 사회에 내던져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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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재엽, 동서울대 스포츠학부 교수]

"나이 60된 메달리스트가 지금 원룸에 살고 있거든요. 가정도 다 파괴되고 전철비가 없어서 못 올라 올 정도로 그렇게 살고 있단 말이죠."

이렇다 할 국가대표 경력도 없고, 프로에서 이름조차 알리지 못한 경우라면 사정은 더 열악합니다.

97년까지 OB베어스 외야수로 활약했던 강형석씨는 유니폼을 벗고 사회에 적응하기까지 모든 것을 혼자 배워나가야 했습니다.

[인터뷰:강형석, 前 OB 베어스 (1997년 현역 은퇴)]

"여러가지 일 다 해봤죠. 영업도 해 보고요. 야구계로 돌아가려고 했었는데 기회가 나지 않았습니다. 자격증을 따도 그때 당시에는 들어가기 힘들었고…"

도움이 절실했지만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알 방법도 없었습니다.

[인터뷰:강형석, 前 OB 베어스 (1997년 현역 은퇴)]

"그만둘 때가 되니까 눈앞이 깜깜하더라고요. 전문적인 그런 지식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자영업 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걸 해가지고 성공한다는 건 솔직히 거의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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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는 2년전 처음으로 은퇴선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3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약 35%가 무직상태라고 답했습니다.

60% 이상이 현역 시절부터 은퇴 후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대답했습니다.

선호도가 높은 지도자 등 관련 종목에서 일하는 경우는 사실상 선택 받은 계층입니다.

전문가들은 은퇴선수 지원은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뷰:김양례, 한국스포츠개발원 책임연구원]

"학교 운동부 중심으로, 목적적으로 선수를 키웠기 때문에 학업은 뒷전이었죠. 본인선택이 아니라 국가정책적, 엘리트 양성 측면에서…국가적 책임이 있는 거죠."

우리가 올림픽에서 세계 탑텐에 들고, 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라져간 수 많은 이름 없는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은퇴 후 삶은 지금 이 순간에도 무관심과 외면 속에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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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은퇴 선수, 지원 대책은?

축구협회는 지난해 말, 처음으로 현역 선수를 대상으로 아시아축구연맹 B급 지도자 교육을 시행했습니다.

이미 지난 99년부터 아시아축구연맹과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지도자 자격증을 아시아 전역에서 인정받도록 했습니다.

은퇴를 앞둔 선수들의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최대한 많은 취업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인터뷰:김이섭, 대건고 코치 (前 인천 유나이티드)]

"축구 외에 다른 일 할 수 있는 사람도 보고, 많이 실패하는 것도 보고 그랬었거든요.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게 이거구나 해서 하면서 좋은 쪽으로 생각을 많이 했죠."

올해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여성지도자들을 위한 교육도 시행했습니다. FIFA에선 직접 강사를 보내 교육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헤스테리나, FIFA 강사, 前 호주 여자대표팀 감독)

"여기에 있는 지도자들이 계속해서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지도자들은 꾸준히 성장함으로써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김종윤, 대한축구협회 교육총괄팀장]

"준비된 지도자들이 현장에 나가게 되면 축구산업 전체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다각도의 노력 덕분에 축구계는 현역 때부터 유소년 지도자 혹은 생활체육 종사를 목표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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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나 야구처럼 엘리트 선수층이 두텁고 시장규모가 큰 종목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은퇴 후에도 관련 분야에 재취업 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기 때문입니다.

개인종목이나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은퇴 이후 상대적으로 더 불안한 환경에 노출됩니다.

대한체육회는 이런 은퇴선수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2012년부터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력서 쓰는 법부터 면접교육까지 맞춤형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자격이 되면 매달 일정 금액의 취업지원금도 줍니다.

하지만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런 지원책이 있는지 모르는 선수들이 대다수입니다.

[인터뷰:장성현, 수구(강원예고)]

"저는 아직(못 들어봤어요.)"

[인터뷰:최진웅, 태권도(강원예고)]

"아니요. 많이는 못 들어봤어요."

[인터뷰:길우정, 수영(강원예고)]

"체육고등학교에서는 교육이 솔직히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너무 적은 예산도 문젭니다. 매년 13만여 명이 현역 선수로 등록되고, 그 중 4만여 명이 은퇴하지만 할당된 예산은 고작 6억 원.

2천억원에 육박하는 대한체육회의 1년 예산을 생각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입니다.

[인터뷰:임석천, 대한체육회 선수권익보호부 부장]

"많은 홍보가 필요하겠지만 전파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들은 취업알선을 많이 하고 싶은데 지원이 안 되다 보니 모집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미비한 여건이지만 은퇴선수 지원사업의 도움을 원하는 선수들은 매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직업상담 요청 건수도 올해 6,000여명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인터뷰:정선희, 대한체육회 선수권익보호부 직업 상담사]

"(지원 대상자들한테) 제 2의 진로를 찾아가는데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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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시행 착오를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입니다.

[인터뷰:이선미, 대한체육회 상담사 (前 사격 국가대표)]

"(은퇴선수가) 누구를 탓하기보다는 내가 선택한 길이고 내가 선택해서 살아왔던 삶이니까 당장 (내일을 고민하고 준비하고 열심히 살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이제는 100세 시대.

운동선수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남은 인생은 더 길고 혹독합니다.

은퇴 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야 했던 선배의 마지막 충고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인터뷰:김재엽, 동서울대 교수 (서울 올림픽 유도 금메달)]

"사회는 상당히 무섭습니다. 국가대표 선수들, 은퇴를 앞둔 선수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자기 자신을 빨리 버리고…내 이름 하나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준비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 준비는 공부입니다. 공부…"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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