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상하이에 등장한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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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빙상연맹(ISU)이 주관하는 시니어 그랑프리 피겨 3차대회가 지난 주말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에서 열렸습니다. 18,000명을 수용하는 최신식 경기장에 관중이 많이 몰려 성황을 이뤘습니다. 쇼트 프로그램이 열린 7일에는 약 10,000명이었고 프리스케이팅이 펼쳐진 8일에는 경기장을 거의 채울 정도였습니다.

중국이 피겨 강국이 아닌데도 이렇게 흥행 면에서 비교적 성공을 거두자 국제빙상연맹과 대회조직위는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었습니다. ‘중국의 김연아’를 노리는 리쯔쥔과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하뉴 유즈루가 모두 출전해 대회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대회의 비중을 반영하듯 취재진이 200명이나 상하이에 도착했습니다. 중국 기자가 대략 100명, 일본 기자가 90여명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피겨 강국인 러시아는 예상외로 10명 안팎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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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첫날인 11월7일(금) 현지 시각으로 오후 3시30분에 개회식이, 오후 5시30분에 여자 쇼트 프로그램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개회식도 하기 전에 일찌감치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의 대형 브로마이드를 들고 나온 관중이 눈에 띄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열혈 팬들이었습니다. 20대 중반의 여성 직장인인 이들은 하루 휴가를 내고 경기장을 찾는 열성을 보였습니다.

브로마이드에는 “김연아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당신이 우리에게 준 모든 아름다움에 감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김해진 선수가 연기하는 동안 김연아의 브로마이드를 흔들며 응원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중 2명의 중국 팬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1명은 중국어로, 다른 1명은 영어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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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연아는 이미 은퇴했는데 대형 브로마이드를 들고 경기장에 나온 이유는?

- 한마디로 김연아를 너무 사랑하고 우리들의 우상이기 때문이다. 이미 은퇴해 다시 선수로 나설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내년 3월에 이곳에서 세계피겨선수권이 열린다. 그때 김연아가 한국 선수 코치 자격으로 여기를 꼭 방문해주기 바란다. 틀림없이 유명한 지도자가 될 것이다. 코치가 아니더라도 중국 팬을 위해 한번 방문해줬으면 좋겠다.

2. 김연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 5년 전 김연아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본 뒤로 팬이 됐다. 피겨 기술은 물론 예술적 표현력까지 완벽하다. 각고의 노력으로 세계 정상에 선 정신력도 감동적이다. 게다가 우아하고 아름답다.

3.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딴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 굉장히 불공평한 판정이다.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고 올림픽 운동에 큰 오점을 남겼다.

소트니코바는 금메달을 딸 자격이 없는 선수이다.

4. 중국의 기대주로 꼽히는 리쯔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솔직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 덕분에 인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소녀티를 내는 모습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리쯔쥔은 선수로서 더 성숙해져야 한다. 기술이 불안정하고 표현력도 떨어져 김연아와는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이제는 대회의 성적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해야 한다. 앞으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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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김연아’를 노리는 리쯔쥔은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여러 차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관중석 여기저기서는 안타까움과 탄식이 흘렀습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5위, 프리 스케이팅에서 6위를 기록한 리쯔쥔은 합계 152.52점으로 11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6위에 그쳤습니다. 다음은 리쯔쥔과 인터뷰 내용입니다.

1. 이번 대회 경기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상하이가 나에게는 편하고 특히 이곳 경기장 분위기를 특히 좋아한다. 대회전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좋았는데 쇼트 프로그램에서 점프를 한 뒤 착지할 때 빙판의 매끄럽지 않는 부분에 스케이트 날이 걸려 큰 실수를 했다. 불운이었지만 당연히 나의 실수라고 본다.

2. ‘중국의 김연아’로 불리고 있다. 김연아 선수에 대한 생각은?

- 김연아는 나의 우상이고 특별히 숭배한다. 진정한 빙상 여왕이다. 여자 선수가 한번 은퇴한 뒤에 다시 복귀하는 것이 어려운데 보통 선수는 할 수 없는 정말 대단한 업적을 세웠다.

나에게도 많은 영감을 줬다.

3. 한국 팬들에게 올 시즌 각오를 밝힌다면?

- 한국에도 제 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성적이 좋지 않아 미안하다. 이번 시즌에는 제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도록 노력하겠다. 더 좋은 기량으로 한국 팬들에게 기쁨을 주겠다.

이번 시니어 피겨 그랑프리 3차 대회 취재를 통해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연아가 아직도 중국 팬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고 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최근 중국 언론 보도를 통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에 위촉된 것도 상세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스트 김연아’의 부재라는 엄연한 현실도 새삼 절감했습니다. 이번 대회에 나온 남자 싱글의 김진서와 여자 싱글의 김해진은 평창 동계올림픽 꿈나무로 불리는데 세계 수준과의 격차가 쉽게 좁힐 정도가 아니라는 점이 다시 드러났습니다.

우리와 대조적으로 러시아의 강세가 또다시 증명됐습니다. 여자 싱글 1-2위가 모두 러시아 선수인 것은 물론 남자 싱글에서도 러시아의 막심 코브툰이 일본의 하뉴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러시아의 초강세가 가까이는 올 시즌, 멀리는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부터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그랑프리 4차 대회가 열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여자 싱글의 박소연과 함께 아이스댄스의 레베카 김-키릴 미노프가 처음으로 출전합니다. 이들의 선전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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