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운전 놓고 AP통신-현지언론 '논박'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자문위원회(슈라)가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는 보도를 놓고 미국의 AP통신과 현지언론이 한바탕 '사실 확인' 논쟁을 벌였다.

시작은 8일(한국시간) 오전 4시께 AP통신의 보도였다.

AP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슈라 위원의 말을 직접 인용해 지난달 열린 회의에서 여성의 운전을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하라고 행정부에 비밀리에 권고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AP는 여성이 운전할 수 있는 시간과 나이, 복장 등 구체적 내용을 전하며 이런 권고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사우디 현지 언론의 반박 보도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사우디 일간지 알마디나와 알리야드, 아랍뉴스는 슈라의 무함마드 알무하나 대변인이 "AP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슈라는 여성 운전과 관련해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며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역시 이들 현지언론을 인용, AP보도를 부인하는 데 무게를 뒀다.

UAE 두바이에 본부를 둔 알아라비야 방송은 한발짝 더 나아가 9일 AP가 2008년 3월 현지 언론 아아파크의 오보를 자체 취재한 것처럼 기사를 송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아파크의 당시 기사와 AP의 보도 내용이 구체적인 부분까지 똑같다는 것이다.

두 기사는 '익명의 슈라 의원'을 취재원으로 하고 여성 운전자의 나이 제한, 운전 허용 시간뿐 아니라 여성 운전자를 위한 '여성운전부'를 신설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같다.

알아라비야는 "AP의 보도를 정부가 공식 확인하지 않았고, 결국 오보가 된 2008년 보도와 유사점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P가 보도에서 여성 운전 허용시간을 2008년 보도와 마찬가지로 주중인 토∼수요일(오전 7시∼오후 8시)과 주말인 목∼금요일(정오∼오후8시)로 구분한 것도 의문이 제기됐다.

사우디는 주말이 목∼금요일이었으나 지난해부터 금∼토요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런 의혹 제기에 AP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9일 오전 AP는 '단독'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붙여 기사를 재송고했다.

AP는 이 기사에서 "현지 언론이 부인하고 있다"면서도 "슈라가 여성 운전 허용을 권고했고 익명의 슈라 의원이 AP에 말했다"고 거듭 밝혔다.

아울러 2008년 보도에 대해 "AP가 7일 슈라 위원을 통해 입수한 이번 권고안이 슈라가 예전에 여성 운전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AP는 그러나 "보도를 부인한 슈라 대변인은 연락이 닿지 않았고 다른 위원도 확인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또 첫 기사에 부각했던 '처음으로 권고했다'는 내용도 뺐다.

주말을 목∼금요일로 구분한데 대해선 "주말 요일이 바뀌었는데 왜 슈라가 그렇게 했는지 현재로선 이유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국왕이 임명하는 슈라 위원은 150명 정도며 보수적 색채를 띠는 정책 자문 기관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 위원 30명이 임명됐다.

사우디는 여성 운전을 금지하는 명문 규제는 없지만 여성에게 운전면허를 내주지 않는다.

이 사안은 서방언론과 국제 인권단체는 사우디의 열악한 인권문제를 비판할 때 단골로 거론되는 해묵은 사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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