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2100년, 해수면 상승 상한치 1.8m?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인구가 약 1만 명, 전 국토 면적이 서울 영등포구와 비슷한 26km2인 ‘투발루(Tuvalu)’, 남태평양에 위치한 세계에서 4번째로 작은 섬나라지만 많은 사람들이 투발루를 알고 있다. 투발루하면 많은 사람들이 해수면 상승, 기후변화, 사라지는 섬, 기후난민이라는 말을 떠올릴 정도로 기후변화가 몰고 올 재앙을 상징하는 국가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참고문헌 참조) 자료에 따르면 현재 투발루의 수도 푸나푸티(Funafuti)의 해수면 상승 속도는 1977~2011년 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연평균 3.74(+/- 2.95)mm다. 조건이 일정하다면 지난 50년 동안 18.7cm가 상승했고 지난 100년 동안 37.4cm가 상승한 것이다.

단순히 연평균 해수면 상승 속도만 볼 경우 우리나라 제주도의 해수면 상승 속도가 투발루의 해수면 상승 속도보다 빠르다. NOAA 자료에 따르면 제주의 해수면 상승 속도는 1964~2009년 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연평균 5.35(+/- 0.49)mm다. 같은 추세라면 지난 50년 동안 26.76cm, 지난 100년 동안에 53.5cm, 0.5m나 높아진 것이다.

지난 1901년부터 2010년까지 110년 동안 상승한 해수면 높이가 전 지구 평균 19cm인 것과 비교하면 제주도와 투발루의 해수면 상승 속도는 매우 빠른 것이다(IPCC, 2014). 특히 세계 사람들이 해수면 상승 속도가 더 빠른 제주도를 놔두고 투발루를 걱정하는 것은 투발루에서 가장 높은 곳의 해발고도가 5m도 채 안될 정도로 고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해발고도가 워낙 낮다보니 물결이 조금만 높아져도 섬 곳곳은 물난리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또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섬이 조금씩 가라앉을 경우 투발루는 이번 세기 안에 물 아래로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수면 상승에 국가의 운명이 전적으로 달려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세기 말인 2100년에는 지금보다 해수면이 어느 정도나 더 상승할까?

앞으로 해수면 상승 정도는 지구온난화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기후변화에 관한 UN 정부간협의회(IPCC)가 최근 승인한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문에 따르면 당장 온실가스 감축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경우(RCP 2.6) 2081~2100년에 전 지구 해수면 높이는 1986~2005년 대비 평균 0.26~0.55m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현재의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지속적으로 배출할 경우(RCP 8.5) 21세기 말 전 지구 해수면은 1986~2005년 대비 평균 0.45~0.82m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IPCC, 2014). 물론 IPCC가 전망한 것은 평균적인 상승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는 최고치인 이른바 상한치(Upper Limit)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전 지구 평균값이 아니라 2100년에는 최악의 경우 해수면이 어느 정도나 높아질 수 있을까? 상한치는 어느 정도나 될 것인가?

최근 영국과 덴마크, 중국, 핀란드 공동 연구팀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고 현재 추세대로 계속해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RCP 8.5) 2100년에는 최악의 경우 해수면이 2000년 대비 1.8m나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Jevrejva et al, 2014). 2100년에 나타날 수 있는 해수면 상승 상한치가 1.8m라는 뜻이다. IPCC가 산출한 2100년 전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 값인 0.45~0.82m에 비하면 상한치가 2~4배나 더 큰 것이다.

연구팀은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5가지 주요 요소 즉, ①수온 상승에 따른 바닷물의 열팽창, ②높은 산악지대에 있는 대륙 빙하 해빙(解氷), ③그린란드 빙하 해빙, ④남극 빙하 해빙, ⑤식수나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지하수를 비롯한 육상의 물이 각각 기여하는 정도를 산출해 종합적으로 해수면 상승 상한치를 추정했다(그림 참조).

오프라인 - SBS 뉴스
640

< 그림 설명 : 2100년까지 각 요소가 해수면 상승에 기여하는 정도 >

해수면 상승의 평균값 뿐 아니라 상한치가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정책을 결정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최악의 경우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6억 명이 넘는 인구가 해발고도 10m이내에 살고 있고 1억 5천만 명은 고도 1m이내에 살고 있다. 해수면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각국의 정부나 기관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2100년 해수면 상승 상한치를 고려해 정책을 결정하게 되는데 영국의 기후변화 프로그램은 1.9m를 상한치로 보고 있고, 미 육군은 1.5m, 네덜란드는 1.1m를 상한치로 생각하고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Jevrejva et al, 2014).

이번 논문은 그러나 발표되자마자 여기저기서 비판의 화살을 받아야만 했다. 일단 지금까지 계산하지 못한 상한치를 나름대로 계산한 것은 큰 의미가 있지만 그린란드 빙하와 남극 빙하가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적게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2100년까지 그린란드 빙하가 기여하는 정도가 최고 0.2m 정도에 불과하다. 또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하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르는 점이 많은 데 이 부분에 대한 오차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란드 빙하와 남극 빙하가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까지의 생각보다 크다는 것은 IPCC가 최근 승인한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문에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결국 지금까지의 생각보다 빠르게 녹아내리고 부서지고 있는 그린란드와 남극 빙하의 영향이 추가로 반영될 경우 2100년까지의 해수면 상승 상한치는 이번 연구팀이 추정한 1.8m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요한 것은 해수면 상승이 2100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천 년 동안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비록 21세기 안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정점에 이른 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바닷물이 뜨거워지면서 나타나는 열팽창은 적에도 수백 년에서 천년은 지속된다는 것이다. 바닷물 열팽창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수백 년에서 천년은 더 이어진다는 얘기다. 특히 녹아내리는 빙하가 기후변화와 평형을 이뤄 멈추기까지는 수천 년이 걸릴 것으로 IPCC는 예상하고 있다. 빙하가 녹는 수천 년 동안은 해수면 상승이 계속 될 것이라는 뜻이다.

<참고문헌>

* IPCC, 2014: Climate Change 2014 Synthesis Report, Approved Summary for Policymakers(1 November 2014).

* Jevrejeva, S., A. Grinsted and J. Moore, 2014: Upper limit for sea level projections by 2100.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9, doi: 10.1088/1748-9326/0/10/104008.

* NOAA, Tides & Currents

  ( http://tidesandcurrents.noaa.gov/sltrends/sltrends.html )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