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정음 "연기 10년, 지금 혼란스러운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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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한 운명이었다. 어린 시절 엄마는 살해당했고, 없는 죄를 뒤집어써서 소년원에 들어가야 했다. 출소 후에는 영화배우로 인생역전 하는 것 같더니 유신철폐 데모를 주도했다가 수감 됐고, 온갖 고문에 급기야 성폭행까지 당했다. 그로 인해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딸을 낳았다. 

지난달 종영한 드라마 ‘끝없는 사랑’에서 등장한 서인애는 끊임없이 벼랑 끝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물론 법무부 장관이 돼 해피엔딩을 맞았지만 그 과정은 파란만장했다.

이를 약 5개월 동안 연기를 한 황정음은 한 층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드라마를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 좋은 사람들과 작업했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랴.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브라운관 속 우울한 얼굴이 아닌 가을 햇살 같은 따뜻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일 터다.

황정음은 “드라마를 끝내니 좋다. 행복하다. 이렇게 큰 작품을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한 것은 인생에서 한 번 올까 말까 한 경험이지 않냐. 나쁜 경험이든 좋은 경험이든 다 할 수 있었다. 생각하기 나름이더라. 사람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지 않냐. 그동안 너무 물질, 상 등 욕심 부린 것이 아닌가 싶었다. 반면에 뒤집어엎지 않고, 군소리 않고 끝까지 촬영에 임한 것에 칭찬해주고 싶다”고 드라마를 마친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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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사 서인애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서인애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캐릭터다. 끝없는 시련 속에서 견뎌야 했기 때문에 연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마냥 즐겁게 촬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황정음은 “나를 지켜야 했다.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하늘로 승천하건, 땅으로 꺼지건 잡고 가야 했다. 연기 잘하고 못하고 차원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버하는 것 보다는 조금 못 미치는 것이 시청자 입장에서 편하겠다 생각했다. 사람이 감정적이고 감성적이지 않냐. 안좋은 상황이 처하면 안 좋은 게 오니까 힘들더라. 이 세상에서 겪으면 안 되는 상황들을 겪고 그런 것이 힘들었다”라며 자못 진지하게 대답을 내놨다.

그녀의 말을 듣고 있자니, 서인애는 극 속에서 80% 이상을 고난과 고통으로 채웠기에 촬영장 가는 것 자체가 괴로운 일이었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행히 그렇지 않았다”라며 해맑게 웃었다.

“중요하다 생각하는 신들을 잡고 갔다. 소모량이 정말 말도 안 될 정도였기 때문에 힘이 들어갈 신과 빼는 신을 분배 했다. 대본에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촬영장 가는 것 자체가 힘들거나, 지치거나 하지 않았다”

황정음은 ‘끝없는 사랑’ 이전 ‘비밀’을 통해 언론과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아이돌 출신 배우’에서 ‘아이돌 출신’을 빼도 될 만큼 배우로서 성장했다. 그 이후 ‘끝없는 사랑’으로 안방극장에 복귀한 만큼 그 만족도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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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과 비교할 수 없는 차원이다. 일단 내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반성도 해야 한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는 다른 것을 볼 수 있는 시선, 연기를 다른 쪽에서 분석하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37회는 열심히 안 했고, 모니터 하기도 싫더라. 정말 못했다. 못해도 너무 못했다. 이 점은 정말 반성해야 할 일이다. 세상은 얻는 게 있으면 잃은 게 있는 것 같다. ‘비밀’ 때 얻은 것을 이번에 잃었고, ‘비밀’ 때 얻지 못한 것을 이번에 얻은 것 같다. 다 얻는 것은 없다”

# 배우 황정음은…

황정음은 2002년 걸그룹 슈가로 연예계에 발을 내딛었고, 2005년 드라마 ‘루루공주’를 통해 연기 데뷔를 하게 됐다. 그리고 올해 연기 생활 딱 10년째 된다.

이에 황정음은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열심히 왔으니까. 과거에는 내 친구들 보면 놀고, 남자친구들도 자유롭게 만나고 부러울 때도 있었다. 이제 와서는 그 친구들에게 너 지금 뭐하니 이야기 하는 내가 있더라. 황정음 잘 왔구나, 열심히 했구나 싶었다. 결과가 중요하지만 결과도 나쁘지 않았고, 운도 좋았다. 지금 시점이 중요하다. 엄청난 칭찬과 엄청난 말이 많았던 다른 두 작품을 비슷한 시기에 했고, 사실 혼란스러운 시기다. 조금 힐링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지금까지는 열심히 달려왔다. 지금부터는 어떻게 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다”라고 제법 야무진 말을 내놨다.

연기 경력 10년 차. 하지만 황정음의 연기 인생은 서인애 만큼은 아니지만 그리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초반에는 연기 논란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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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좋다. 한 작품 끝나고 나면 어떤 작품도 이번 작품보다 힘든 것 없어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기는 산 넘어 산, 파도 넘어 파도더라. 최민식 선배님이 촬영 중 쓰러졌다고 하지 않냐. 대체 얼 만큼 힘들어야 하는 건가 싶었다.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대신 많은 것과 부딪쳐야 한다. 똑똑하고 지식이 많았으면 편했을 수도 있을 수 있다. 많이 모르는 것이라 부딪치고 가느라 힘들었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으니 이치인 것 같다”

황정음은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시련에 닥친 캐릭터를 연기했다. 다음 작품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까.

“맞다. 광녀 역이 하고 싶다. 뭐야 저거 하는 캐릭터 말이다. 사실 ‘하이킥’ 캐릭터가 강해서 그 어떤 것을 해도 재미없어 할 것 같아서 기피했다. 그리고 어렸을 때 그 당시 쏟았던 에너지를 다시 쏟을 수 없을 것 같다 해서 다른 것을 했었다. 이제 다시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끝으로 황정음 하면 같이 거론되는 남자친구 김용준의 이야기도 물었다. 열애 9년 차, 두 사람 모두 결혼 적령기에 들어섰으니… 독자들이 가장 궁금한 부분일 것이다.

“결혼은 지금 당장은 아니고 35살 이전에 하고 싶다. 용준이와 결혼을 할 것이냐 묻는다면 하면 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 않냐. 물론 용준이가 내게 잘 하면 하는 거고.(웃음). 결혼은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다”

황정음은 멋진 배우로 남고 싶다 했다. 많은 사람들이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워너비 연예인이 꿈이란다. 이제 10년을 걸어왔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아무리 험난해도 자신의 목표를 잃지 않고 지금 마음가짐 그대로 전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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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철 기자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손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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