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전담기구' 인권위서 성추행…진상조사도 뒷북

사후조치도 미흡…가해자·피해자 분리 등 기본 조치도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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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전담 독립 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 내부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권위는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서도 가해자에 대한 징계는커녕 한동안 진상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5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인권위 직원 A(여)씨는 지난 2∼9월 같은 부서 직속상관인 B씨와 C씨로부터 성추행 및 성희롱을 당했다.

A씨는 B씨가 지난 2월 부서 회식 자리에서 자신의 귀에 대고 '○○○씨, 사랑한다'고 말하는 등 회식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게 될 때마다 B씨의 어깨에 기댈 듯이 몸을 기울이거나 얼굴을 옆에 들이대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회식자리에서만이 아니었다. B씨는 사무실에서 A씨의 의자 등받이에 몸을 밀착해 A씨의 가슴에 닿을 정도로 팔을 늘어뜨리는 등 추행을 일삼았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본인 자리에서 가까운 쪽을 두고 굳이 반대쪽으로 돌아와 몸을 대며 말하는 통에 의자와 책상 사이에 갇힌 채로 불쾌한 신체접촉을 감내하며 업무지시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8∼9월께에는 B씨가 통로를 지나는 기척만 나도 두려움에 시달릴 정도였지만, B씨가 직속 상급자인 탓에 원만한 직장생활을 우려해 항의하지 못하다 9월 말 그에게 완곡히 거절 의사를 밝혔다.

역시 같은 부서 상급직원인 C씨는 회식 날 늦은 시간에도 '3차' 자리에 꼭 가야 한다고 강요하며 A씨의 손을 잡아끌고 가거나, 부서원 중 유일하게 A씨에게만 하이파이브를 수시로 강요하며 손을 감싸쥐는 등 행동을 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성추행을 당했다며 지난 9월 30일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인권위는 가해자들에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사건을 각하처리했다. 그러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가장 시급하고 기본적인 조치라 할 수 있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 분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A씨는 10월 16일 철저한 사실 관계 규명 및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인권위는 성희롱 예방규정에 따라 이튿날부터 사건을 정식 조사했다.

그러나 애초 이 사실은 진정 직후 인권위 사무총장에게까지 보고됐던 사안이었다.

인권위 측은 "초기에는 진정사건 처리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던 것"이라며 "조사가 끝난 지난 4일 특별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B씨는 "제 행동이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A씨가 힘들어한다고 해서 조사관의 중재 하에 성희롱예방교육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 후에도 가해자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해야 했던 A씨는 휴가를 내다 결국 휴직, 스스로 가해자와 떨어지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지난 1일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인권위는 해명자료를 내고 "진정 사건 종결 후 내부적으로 진상조사 및 사건 해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해왔다"며 "휴직자 복직 시에는 당사자들이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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