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프랑스 '여성세' 철폐하라!

같은 제품 높은 가격에 프랑스 여성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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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르제트 상드

 ‘taxe rose’, 프랑스어로 분홍빛 세금이라는 뜻이다. 여성을 상징하는 색깔인 분홍에다 세금을 합성한 단어다. 쉽게 말해 ‘여성세’다. 여성에게만 부과하는 세금이라면 남녀 차별이다. 프랑스에 여성세가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랑스 여성단체인 ‘조르제트 상드‘(Georgette Sand)가 매장을 돌며 조사한 내용을 공개했다. 예를 들어 일회용 면도기는 남성용은 10개들이가 1.72유로인데, 여성용은 5개들이가 1.80유로다. 낱개로 계산하면 여성용이 남성용보다 2배 비싸다. 등산 가방은 똑같은 디자인과 용량인데, 여성용이라 표시한 보라색이 검은색보다 더 비쌌다. 노화 방지용 크림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제품인데 여성용의 가격을 남성용보다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여성단체는 일상적인 서비스 요금에도 성적 차별이 있다고 주장했다. ‘커트’하고 머리를 감겨주는 요금을 비교했더니 남성은 24유로, 여성은 38유로를 낸다는 것이다. 옷 수선이나 셔츠 세탁 요금도 여성용이 더 비쌌다. 조르제트 상드는 “남녀를 구분해 마케팅을 하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돈을 더 쓰고 있다”며 이는 “여성만 내는 특별 세금이다”라고 주장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가격 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은 전에도 있었다. 2012년 미국 ‘포브스’는 같은 용도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여성이 남성보다 연간 1400달러를 더 지출한다고 보도했다. 토론토 대학은 새 차를 구매할 때 여성이 남성보다 돈을 더 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자동차 판매원이 여성 구매자에게 정보를 적게 주고, 가격 협상에서도 남성 손님보다 여성 손님에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데 여성이 이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조르제트 상드는 남녀간 가격 차별을 철폐해달라는 인터넷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인데, 남녀용품간 재원에 차이가 없다면 같은 가격을 받는 게 합당하다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청원 운동을 시작한지 며칠 만에 4만 명 가까이 서명했다. 프랑스에선 여성이 받는 임금이 남성보다 평균 27%가 적다고 한다. 여성 입장에선 덜 버는데 더 쓰라고 하면 화가 날 법 하다.

해당 업체도 할 말은 있었다. 남녀 제품간 가격 차이는 판매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명했다. 남성용 면도기가 여성용보다 더 잘 팔리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 싸다는 것이다. 면도기 사례와 반대로 샤워젤은 여성용이 남성용보다 더 잘 팔려 더 싸다고 반박했다.

 논란은 프랑스 정부를 움직였다. 프랑스 경제부는 여성단체가 주장한 남녀간 가격 차이가 실제로 있는지, 이유가 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정부 조사에서 속시원하게 규명될 것 같지는 않다. 남녀간 가격 차이가 있어도 그 근거가 그럴 듯 하면 정부가 민간 기업에 시정을 요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여성세’라고 부를 근거는 줄어들겠지만, ‘보이지 않는 세금’(tax invisible)으로 이름을 바꿔 남녀차별의 한 사례로 계속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유리천장’이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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