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천국' LA서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 논란


`자동차의 천국'인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각선 횡단보도(Diagonal Crosswalk) 설치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고 LA타임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LA 시당국이 사람 중심의 도로문화 정착을 위해 대각선 건널목 설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운전자들을 중심으로 교통 정체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시당국이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하려는 장소는 차량과 보행자들이 많은 7번가와 플라워 스트리트, 할리우드 블러바드, 하이랜드 애비뉴, 유니언역 인근 알라멘다 스트리트 등 4곳입니다.

시당국은 대각선 횡단보도는 보행자들이 두 차례 신호를 받아 건너야 했던 것을 대각선으로 한 번에 가로질러 갈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행신호 시 모든 차량이 멈춰서야 하기 때문에 보행자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각선 횡단보도가 보행자들의 안전에 훨씬 유효하다는 연구결과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대각선 횡단보도로 보행자들이 길거리에 북적거리면서 시 경제 활력 회복에도 상당한 보탬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LA 운전자들은 대각선 횡단보도가 설치될 경우 빨간불 신호에서 지금보다 훨씬 오래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 대각선 횡단보도는 반대편에서 직진하는 차량이 많을 경우 비보호 좌회전을 쉽게 못 하는 단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차량운행이 많은 곳에서는 좌회전하려는 차량들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LA에서는 1950년대 이후부터 줄곧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 문제를 놓고 찬반논란이 있어왔다고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전 LA 시장이 시내 10곳에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했다가 교통정체가 심화되고 보행자들의 혼선을 부채질한다는 반대로 부딪쳐 2년 만에 4곳이 폐지됐습니다.

샌디에이고에서도 10년 전 관광 사적지인 가스램프 쿼터 지역에서 관광객 우선 정책에 따라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했다가 강한 폐지 여론에 시달린 바 있습니다.

관광산업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폐지까지 되지는 않았지만, 이후 샌디에이고에서 대각선 횡단보도는 추가로 설치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교통전문가들은 대각선 횡단보도가 교통흐름을 느리게 하는 단점은 있지만, 보행자 안전과 기업활동에 주는 도움이 훨씬 더 우선순위라며 대중교통 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교통계획 전문가 샘 슈워츠는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의 주목적은 교통흐름보다는 보행자 안전에 있다"면서 "이는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어 도시 경제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산 이크라타 서던 캘리포니아 교통협의회 사무국장은 "대각선 횡단보도는 보행자들이 버스정류소와 지하철역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하다"면서 대중교통시스템 확충과의 연계를 제안했습니다.

그는 이어 "LA에서는 이제 더이상 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중교통 시스템 확충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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