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9시 등교' 교사·학부모·학생 기대반 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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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이어 서울지역도 내년 1학기부터 초·중·고교 9시 등교를 추진하자 당사자인 교사, 학부모, 학생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3일 "사실 오전수업은 거의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하면 당연히 환영할 일"이라고 반색했다.

이 교사는 그러나 "수업을 늦게 시작하면 늦게 끝나게 될 텐데 자칫 '조삼모사'가 될 수 있다"며 "교육과정과 수업시간이 모두 줄어드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서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현재는 각 학교가 나름대로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오전 8시 30분∼9시에 등교하고 있는데 이를 일괄적으로 9시로 바꾸면 수업이나 학습에 오히려 혼란과 불편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맞벌이 부부의 어려움이나 하교도 함께 늦어지는데 따라 학생이 받은 부담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당국이 일괄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일선 학교에 어느 정도 자율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동대문구에서 고1 아들과 중1 딸을 키우는 김모(47)씨는 "학원에 갔다가 집에 오면 오후 11시가 넘고 숙제와 자기 할 일을 하면 새벽 1시는 예사로 넘긴다"며 "청소년기는 7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는데 아이들의 성장 발육에 도움이 된다면 9시 등교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구에서 고2 아들을 키우는 직장인 이모(47·여)씨는 "일을 하는 엄마들은 부담스럽다"고 다른 의견을 냈다.

이씨는 "출근을 보통 오전 9시까지 하기 때문에 8시에는 집에서 나가야 한다"며 "그런데 학교는 보통 집 근처라 아이들은 8시 30분이 넘어서 등교하기 때문에 등교시간이 늦춰지면 엄마가 아이들보다 먼저 나가야 해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가 아침 일찍 출근하는 아이들에게 학교가 어떻게 돌볼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맞벌이 부모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서울지역도 9시 등교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 학생은 부모님과 아침식사를 한 뒤 학교에 올 수 있다며 반긴 반면, 일부 학생은 늦게 시작하면 늦게 끝나니 피로도는 비슷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1시간 늦은 등교는 학원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중·고교 학원이 오후 5시 30분∼6시께 수업을 시작하는데 등교시간이 늦춰지면 자연스레 하교 시간도 미뤄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기존 학원 수업시간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중·고등학생 대상 학원 관계자는 "법에 따라 학원 수업은 오후 10시에 끝나야 하는 만큼 평일 수업을 뒤를 미룰 수는 없기 때문에 주말 수업을 늘여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부 학원은 하교 시간에 맞춰 학원버스를 학교 앞으로 보내 학생들을 바로 학원으로 데리고 오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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