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레베카’ 공연의 종합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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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는 숨통을 조이는 서스펜스 영화를 연상케 한다. 히치콕 감독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옮기면서 영화 전반의 긴장감을 뮤지컬 무대에 고스란히 불어넣었다. 인물들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마다 등장하는 넘버들과 무대 환경은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레베카’를 다 설명할 순 없다. 지난해 한국에 처음 소개됐을 때 ‘레베카’는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서스펜스와 로맨스가 어우러진 좋은 밑그림에, 옥주현과 신영숙을 필두로 한 발군의 배우들은 마음껏 제 기량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내부의 적이 가장 큰 적”이라는 말처럼 뮤지컬 ‘레베카’가 ‘재연은 초연보다 못하다’는 뮤지컬 계 속설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변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레베카’는 기본에 충실했다. 대부분 장점으로 꼽혔던 초연의 특징들을 그대로 가져갔고 배우들의 연기도 실망을 끼치지 않았다.

재연에서 등장한 리사는 확실히 신영숙, 옥주현과는 달랐다. “댄버스 부인에 비해 여성스럽고 어려보인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는 비판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리사는 카리스마 있는 댄버스 부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감정과 노래에 있어서 디테일했고 남다른 매력이 있었다.

댄버스 부인이 존재감에서 균형을 찾으니, 오히려 다른 인물들의 특징이 더 잘 보였다. 소극적이고 여성스럽게만 보였던 임혜영의 ‘나’는 순수함과 강한 내면이 돋보였고, 그녀의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은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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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준은 “칼날처럼 찬 웃음 날 녹여버렸어. 전부 잊을 수 있어도 지울 순 없는 그녀의 미소”라는 노랫말을 토해내듯 괴로워 하는 연기는 박수와 환호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코미디가 더 업그레이드 된 반 호퍼 부인 역의 김희원 의 열연 역시 엄지손이 저절로 세워졌다.

‘레베카’는 극장 문을 열고 나갈 때 자연스럽게 읊조리게 되는 중독성 강한 넘버들과 가을 열매처럼 속이 꽉 찬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오리지널 플롯의 존재감까지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회전 무대로 맨덜리 성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거나, 성난 바다를 연상케 하는 무대 세트는 이번 시즌에도 만족스러웠지만, 결말에서 세트가 불길에 휩싸오르는 장면은 극중 가장 강렬한 부분임에도 엉성함을 지울 수 없었다.

뮤지컬 ‘레베카’는 부인 레베카를 잃고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막심 드 윈터가 몬테카를로 여행에서 우연히 ‘나’를 만나 사랑에 빠진 뒤 대저택 맨덜리로 돌아오지만 레베카가 돌아올 것이라 믿는 집사 댄버스 부인의 음모 속 갈등을 겪는 내용이다.

오는 9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된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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