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표창원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의사보다 나쁜 게 검찰?"


동영상 표시하기

▷ 한수진/사회자:

판사 사위의 사촌여동생을 청부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뒤에 교도소가 아니라 VIP 병실에서 호화생활을 즐기다가 발각된 윤길자 씨 사건 기억하시죠? 윤 씨에게 허위진단서 발급해서 형 집행 정지가 가능하게 도와줬던 주치의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을 받아서 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표창원의 <사건과 사람들>에서 이 사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표창원 소장님, 어서 오십시오.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또 의사들 이야기네요. 이 사건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심층 보도 되었고 결국 검찰 수사로 이어져서 주치의가 허위 진단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1심에서는 주치의에게 징역형이 내려졌죠?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네, 그렇습니다. 다 기억하시겠지만 이 사건은 사실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죠. 당시 판사 사위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고 의심했던 장모가, 이 분이 영남제분의 회장 사모님인데요. 사위하고 사위의 사촌 여동생 간의 불륜의 증거를 찾겠다, 이래서 심부름센터들 여러 군데에 의뢰를 하고 뒤를 많이 미행을 하고 조사를 했죠. 그런데 전혀 증거를 찾지 못하자 결국은 청부살인을 하게 된 것인데요, 살인범들이 중국, 베트남 등으로 도피를 했는데 결국 피해자 여대생의 아버지께서 생업을 포기한 채 이들을 추적해서 결국 소재를 파악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아버님 고생 많으셨죠.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들이 다 검거되고, 자백을 했구요, 그래서 윤길자 씨, 영남제분 회장 사모님의 청부살인이라고 밝혀졌고, 그래서 결국은 법정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그런 사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인데, 지난 해 다시 문제가 된 거예요. 피해자 아버지가 알아낸 것이, 교도소에 있어야 될 윤길자 씨가 서울시 내 대학 병원 VIP 병실에서 아주 호화롭게 요양생활을 즐기고 있었던 거잖아요.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네, 그렇습니다. 그것도 수감된 지 3년도 채 지나지 않았던 2007년부터인데요. 그 2013년 발각될 때 까지죠. 거의 6년 동안 교도소가 아니라 민간 호화 병실에서 외출도 했던 것으로 방송에서 보여주고 있구요, 그리고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으면서 요양 생활을 한 것이죠.

사실 이렇게 된 것은, 중병으로 인해서 수감 생활을 하지 못하는 아주 제한된 재소자를 위해서 형 집행제도를 운용하기 때문인데요. 검찰이 수사를 해보니까, 윤 씨 남편, 영남재분 류 모 회장, 이분이 회사 돈을 76억 원을 횡령한 것이 드러났고요. 이 중에서 미화 1만 달러를 이 병원이죠, 입원하고 있던 세브란스 병원의 박 모 교수에게 주면서 29차례의 허위 진단서 작성을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 교수는 사실 이러한 의뢰를 받기 전에는 병세가 아주 호전되었다,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 이렇게 진단서를 써 줬다가, 하루 만에 수감 생활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정반대의 진단서를 써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다음에 이례적으로 계속해서 외국 논문을 34건을 인용해가면서 아주 학술 논문처럼, 윤 씨가 왜 형 집행정지를 받아야 하는지, 소견서를 자세히 써주기도 했고요. 그 다음에 파킨슨 씨 병이 있다, 라고 했는데 전혀 손발이 떨리는 증세는 윤길자 씨에게 발견되지 않았죠.

오프라인 - SBS 뉴스
여대생 청부살해_5

▷ 한수진/사회자:

네, 없는 병까지 만들어서, 아프다고 해서 이 병원에서 호화롭게 지낼 수 있게 해주었는데요, 그런데 사실 1심 판결인 징역 8개월, 이 정도도 결코 무겁다고 할 수 없겠는데요.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이 사건이 양심을 판 의사를 이용한 합법적 탈옥이다, 이렇게까지 불리고 있는데요. 워낙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이제 생각을 하다 보니까, 동료 의사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여대생 아버지께 알리게 되어서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죠.

▷ 한수진/사회자:

네, 동료 의사가 보기에도 이건 너무했다 싶었다는 거죠.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법원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한 이유는 뭘까요?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크게 보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증거 불충분이구요, 또 다른 하나는 의사보다 더 나쁜 게 검사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는데요. 일단 증거 불충분 문제는 앞서 제가 1만 달러 말씀을 드렸는데, 1심에서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2심에서는 1만 달러가 건네졌다는 물적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이게 돈 받고 허위 진단서 써줬다는 것은 입증이 안됐다. 이런 이야기고요.

또 하나는 의사가 소견을 잘못 쓸 수는 있지만 결국 그것 때문에 자동적으로 형 집행정지가 내려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 검사가 결정 하는 것인데 검찰에서 책임을 져야지, 왜 의사가 지느냐, 이런 논리이죠.

▷ 한수진/사회자:

의사의 책임을 그만큼 감해준 거군요.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돈을 받고 써준 증거가 없다, 돈을 받은 게 입증이 안 된 모양이에요?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네, 1만 달러라는 것이 현찰로, 외화로 지급되었다고 진술이 이루어 졌는데, 그러다 보니까 그게 사인 찍힌 것도 아니고요, 계좌 찍힌 내역도 없고요. 1만 달러가 발견된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이제 말만 남아있다, 나중에 또 진술 변경하고 그런 적이 없다, 이렇게 된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이 진단서를 말 그대로라면 그냥 잘못 썼다는 건데, 의사가 판단을 잘못했다는 거고, 그래서 검사에게 오히려 책임을 물어야 된다, 검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그 검찰에게 어떻게 묻죠, 소장님?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네, 검사에게 만약 직무상에 중대한 과실이나 혹은 고의가 있다면 당연히 검사도 처벌을 받아야 되겠죠. 혹은 처벌까지는 아니더라도 윤리적 지탄을 받아야 한다면, 행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 또 져야 되겠고요.

그래서 재판 초기에 사실은 판사가 해당 담당 검사를 증인으로 세우겠다, 말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검사는 증언대에 서지 않게 되었죠. 그래서 검찰은 전혀 책임지지 않고 검찰의 책임이니까 의사도 면책이다, 그리고 회사 돈을 횡령했던 윤길자 씨의 남편 역시 부인의 문제 때문에 남편이 책임지면 안 된다, 이래서 또 감형이 이루어졌죠.

▷ 한수진/사회자:

누구도 벌을 받지 않은 그런 상황이 된 거예요. 이래서 무전유죄, 유전무죄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니겠어요?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그렇습니다. 사실 이 형 집행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이제까지 보면 우리나라가 한 해 평균 300명 정도에게 형 집행정지가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비율상으로 보면 미국은 우리보다 인구도 거의 3~4배 되고요. 재소자 인구는 더 많거든요. 그런데 미국은 한 해 24명밖에는 형 집행정지 대상이 안 되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미국이 재소자는 훨씬 더 많은데 연간 24명. 우리는 한 해 평균 300명이나 된다고요.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그렇습니다. 이 요건 자체가 미국은 앞으로 수명이 의사진단에 의해서, 예를 들어 한 달 정도 남은 그런 불치병이 아닌 한, 형 집행정지는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고요,

우리나라는 기타라는 사유를 덧붙여서 언제든지 검찰의 주관적 판단으로 형 집행 정지가 가능해서 이런 문제가 생긴 거죠.

더 큰 문제는 이런 양적인 과다도 문제이지만 형평성도 문제입니다. 기억하시겠지만 탈옥범 신창원 있지 않습니까. 어머니는 어려서 돌아가셨고요,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옥중에 있을 때. 아버지가 거의 의존하던 유일한 혈육이었는데, 거기가다 그 당시 폐렴이라든지 중증의 질환들을 많이 앓고 있어서 형 집행정지를 신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절이 되었었죠.

이건 대표적인 사례이고요. 대부분 돈 없고 힘없는 재소자들은 형 집행정지는 거의 기대를 못 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윤길자 씨도 그렇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생 전경환 씨, 그리고 재벌 회장들, 이런 분들은 손쉽게 형 집행정지를 받아서 나오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요.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거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이겠죠. 가진 자들에게는 너그럽고 없는 사람에겐 가혹하다. 우리 사법제도 왜 이러냐, 이런 불만들이 계속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건과 사람들> 표창원 소장이었습니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