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마리 앙투아네트 한국 관객에게 보여줄 것"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원작 제작진 "한국어판은 새로운 작품"


"마리 앙투아네트는 역사적으로도 가장 복잡한 인물입니다. 하층민이 성공해서 상류층으로 진입하는 이야기는 많지만 이건 반대로 정점에 있던 여인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올 하반기 대작 뮤지컬 가운데 하나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내달 1일 서울 송파구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다.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의 극작가 미하엘 쿤체·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가 내놓은 또 하나의 역사물이다.

'마리 앙투아네트' 원작 제작진은 31일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어판 라이선스 공연에 대해 "대본, 음악 등에서 원작과 달라진 점이 많은 새로운 작품이어서 한국판은 전 세계 초연작"이라며 한국어판의 독창성을 강조했다.

뮤지컬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 출신으로 루이 16세의 왕비였다가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생을 다룬 작품이다.

2006년 일본에서 초연된 원작 제목은 'MA'였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약자임과 동시에 마리의 상대역인 마그리드 아르노의 줄임말이다. 역사적으로는 허구 인물인 마그리드는 하류층 여인으로, 우연한 기회에 마리를 만나면서 사회 부조리에 눈을 뜬 뒤 민중을 선동해 혁명을 이끄는 인물로 설정됐다.

작품은 각기 다른 인생을 살던 두 여인이 혁명이라는 역사 속에서 서로 엮이는 과정을 그렸지만, 한국어판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궁중사회의 표적이자 역사적 희생양이라는 관점에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

쿤체 작가는 "한국어판을 각색하면서는 관객이 마리를 단지 하나의 아이콘이 아닌 정말 사람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리는 말하자면 부잣집에서 태어나 버릇없이 자란 인물인데, 왕실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살다 삶의 나락에 빠지면서 진실을 찾게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마리가 직접 했다는 '고통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한다'는 말이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무엇이 마리의 몰락을 초래했고, 이후 마리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성숙해서 또 다른 인물로 변모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이 어려웠다"며 "한국어판을 작업하면서 마리의 정당성과 감정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고 그만큼 감동적인 이야기가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 구성과 초점이 달라지면서 원작에 없던 곡이 추가되는 등 음악적 변화도 있었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라이선스 제작을 하더라도 원작자들이 직접 와서 함께 조정하고 논의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원작자들이 한국어에 맞게 음높이나 템포를 조정하고 어떤 부분에서 어떤 감성이 필요하다 싶으면 서슴지 않고 수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운명을 바꾼 '목걸이 사건' 등 역사적 사건은 물론 마리 앙투아네트를 평생 연모한 '호위무사' 한스 악셀 폰 페르젠 백작, 왕좌에 대한 야욕에 불타는 책략가 루이 필리프 오를레앙 공작 등 실존 인물이 대거 등장해 작품에 개연성을 불어넣는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옥주현·김소현, 마그리드 역에 윤공주·차지연, 페르젠에 카이·윤형렬·전동석 등 스타급 배우도 대거 캐스팅됐다.

옥주현은 "실존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배우들 모두 조심스러운 것 같다"며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다룬 두꺼운 책을 열심히 줄 쳐가며 읽고 사전에 프랑스 베르사유를 직접 방문해 현장을 눈에 담아온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의상과 가발, 귀족들의 무도회 등을 통해 18세기 유럽에서 가장 호사스러운 궁정이던 베르사유를 무대에서 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내년 2월1일까지 공연한다.

5만~14만원. ☎ 02-6391-6333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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