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분장' 자전거 동호회원들 서울도심 심야 떼주행


사이클 대회 참가자들의 '무개념 떼주행' 소동에 이어 이번에는 자전거 동호회원 수백명이 핼러윈 분장을 한 채 서울 한복판에서 위험천만한 도로 행진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자전거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9시부터 픽시(Fixie, Fixed-gear bicycle) 동호회원 200여명이 서울 시내에서 '핼러윈 데이 페스티벌 라이딩' 행사를 벌였습니다.

핼러윈 코스프레를 한 채 반포한강공원에 모인 뒤 여의도를 거쳐 홍대 앞까지 자전거로 이동하고, 자정 전후부터 인근 클럽에서 뒤풀이를 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의 후기와 목격자 등에 따르면 오후 11시 30분 여의도 색공원에서 출발한 이들은 서강대교를 건너고 상수역을 거쳐 홍대 앞까지 약 3㎞ 구간을 차도로 이동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고질적인 떼주행 문제가 재발했을 뿐 아니라 경륜시합용 자전거인 픽시를 차도에서 모는 것 자체가 위법이란 점입니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를 타고 차도를 달리려면 앞뒤 바퀴에 모두 브레이크를 달아야 하지만, 픽시에는 통상 브레이크가 달려 있지 않습니다.

픽시는 변속장치 없이 체인과 뒷바퀴가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에 페달을 돌리지 않으면 바퀴도 멈추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반 자전거에 비해 제동력이 훨씬 떨어지고, 미끄러짐이 심한 특성이 있습니다.

특히 앞뒤 브레이크가 모두 달려 있지 않은 자전거는 '운동기구'나 '완구'로 취급되기 때문에 차도에서 사고가 날 경우 보험처리가 되지 않고 법적 보호도 받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핼러윈 데이 페스티벌에 참여한 이들 대다수는 헬멧조차 쓰지 않았습니다.

상수역 인근 등에서는 이들이 탄 자전거 200여대가 홍대 방향 편도 2차선을 거의 점거한 채 퍼레이드를 벌이는 바람에 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습니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가장 오른쪽 한 차선 귀퉁이에서 한 줄로만 운행하게 돼 있지만 규정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입니다.

한 동호회원은 "무게가 가볍고 속도를 내기 쉬워 픽시 이용자가 최근 크게 늘었지만, 일부는 멋이나 스릴감을 이유로 달려있던 브레이크마저 제거하는 등 안전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이번과 같은 떼주행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뒤늦게 이러한 행사가 치러진 것을 알고 사실 관계를 파악 중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서에 신고된 상태에서 치러진 행사가 아니었다"면서 "사실 관계를 파악해 필요하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전거 동호회원들의 일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국내 최대 자전거 동호회인 '도싸'(DOSSA)가 주최한 대관령 그란폰도 대회 참가자 수백명이 남양주시 인근에서 팔당 제1터널까지 6.23㎞ 구간에서 편도 2차로를 모두 점거한 채 무개념 레이스를 벌여 빈축을 산 바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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