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브리핑] 처방전 없이…딱 걸린 출장 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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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피로회복에 좋다는 '마늘 주사', 피부를 하얗게 만들어 준다는 '백옥 주사' 이런 거에 대해서 들어 보셨습니까? 무분별하게 맞을 경우에 당연히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주사를 집으로 찾아가서 놔준 이른바 '주사 이모'들이 있습니다. 박아름 기자에게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 기자 어서 오십시오. (네, 안녕하십니까.) 일단 주사가 몸에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집으로 찾아가서 주사를 놓아준다는 것 자체가 불법 의료행위인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이른바 '출장 주사'라고 하는데요, 처방전 없이 주사기와 약만 가지고 직접 찾아가 주사를 놔주는 겁니다.

'마늘 주사', '백옥 주사'라고 하는 것은 말하자면 별칭 같은 건데요, 수액이나 영양제에 첨가되는 비타민제, 혹은 피로회복제를 특성에 따라 이렇게 부릅니다.

그런데 이 약품들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간호조무사들이 놓아줬다는 건 그 자체로 불법 의료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경찰에 붙잡힌 건 간호조무사 두 명인데요, 경찰이 지난 7월과 8월 이들의 집과 자동차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여러 종류로 다양하게 약품들이 발견이 됐는데요, 이 두 사람은 자동차에 약품을 싣고 각각 서울 강남과 동대문 일대의 유흥업소, 또 가정집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주사를 놓아줬다고 합니다.

이들은 일명 '주사 이모'라고 불렸는데요, 두 사람에게 주사를 맞은 사람은 1천 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고, 대부분 한 번 이상, 그러니까 수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주사를 맞아 왔다고 합니다.

<앵커>

그 얘기 들어 보니까 이거 맞으면 중독성이 있을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 성분을 보면 일반 병원에서도 맞을 수 있는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 집으로 위험하게 불러서 주사를 맞은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단 가격이 싸고, 편리하다는 건데요, 몸이 안 좋으면 아무래도 좀 움직이기가 힘드니까 병원 가는 대신 집으로 와서 주사를 놔준다는 말에 혹했던 겁니다.

가격도 일반 병원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절반 정도의 가격이었고요, 어떤 식으로 영업을 했는지 경찰의 설명을 일단 들어보시죠.

[신겸중/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지능 2팀장 : '병원보다 비용이 싸다.', '많은 약품을 한꺼번에 집에서 맞을 수 있다.', '현장 어디로 부르든지 가서 저렴한 가격으로 신속하게 투약해줄 수 있다.'고 영업했습니다.]

제가 어제(29일) 돌아다녀 보니까, 정식 병원에서는 똑같은 주사를 놔주면서 한 차례에 6만 원에서 7만 원 정도를 받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한 번 주사에 2만 원에서 3만 원 수준으로 저렴하게 돈을 받았는데요, 이런 식으로 1천 70명에게 주사를 놔주고 챙긴 돈은 2억 7천만 원 정도입니다.

주 고객은 유흥업소 직원들이었고, 그 밖에도 가정주부, 회사원, 노인 등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연락을 해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심지어는 초등학생 자녀에게 주사를 놓아달라고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집에서 주사를 맞는 게 불법이란 사실을 몰랐다고 하는데요, 병원에서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조금 싸고 편하다는 이유로 이용을 한 겁니다.

<앵커>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건 아닌가 싶은 걱정이 많이 되고요, 일단 병원에서 파는 약품이긴 하지만 이렇게 집에서 무분별하게 맞았을 경우에 부작용이 클 수가 있다고요?

<기자>

네, 물론입니다. 이 약 같은 경우에 많이 쓰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제가 어제 한 피해자를 만나봤는데요, 이 여성은 6년 전 감기몸살 증세로 처음 주사를 맞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처음에는 비타민제를 맞다가 이후에 진통제 성분이 들어간 주사를 수백 차례 맞으면서 중독 증세까지 나타났다고 합니다.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직접 한 번 들어보시죠.

[약물중독 피해자 : 3~4년 전부터는 매일 (주사를) 맞기 시작했어요. 약을 안 맞으면 자고 일어났을 때 몸이 아프고 긴장되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손 떨리고 (그러죠.)]

이 여성이 맞은 진통제에는 '트라마돌 염산염'이란 성분이 들어 있었는데요, 우리나라에선 전문의약품이지만, 미국에선 향정신성 의약품, 즉 마약류로 분류될 정도로 의존성이 큰 제품입니다.

결국, 이 여성은 쇼크가 와서 쓰러지기까지 했고, 지금은 약물 중독 진단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다른 제품들도 마찬가지로 조심해야 되는데요, 의사의 처방을 받았으면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오남용 하면 당연히 부작용이 따르게 됩니다.

일단 이 제품들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됐다는 건 부작용이나 의존성 우려가 있다는 건데요, 전문 지식이 있는 의사에게 판단을 받고, 또 처방을 받아서 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의존성 문제도 있겠습니다마는 집에서 이렇게 맞다 보면 위생 문제라든지 이런대서 오는 위험성도 상당히 클 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또 하나 이게 전문의약품이라고 하면 사실 의사 관리하에 처방을 해야 되는 그런 약품들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간호조무사들이 어떻게 이런 전문 의약품들을 구해서 주사를 놓았죠?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 제품들이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처방전 없이는 유통 자체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제약업체 직원들이나, 또 약품 도매상들이 마음을 먹으면 쉽게 빼돌릴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제약회사 직원들은 자신이 거래하던 병원에서 주문을 많이 받은 것처럼 납품량을 조작해서 부풀렸습니다.

그런 다음 남은 약들을 주사 이모들에게 싸게 팔아넘기는 방식입니다.

실적을 이렇게 늘리기 위해서 따로 약을 빼돌리는 건데요, 이런 유통과정 자체가 세세히 기록되는 게 아니라서 경로를 추적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렇게 불법 의료행위를 한 간호조무사들, 또 전문의약품을 빼돌린 제약업체 직원들과 브로커들까지 13명 모두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앵커>

얘기 듣고 보니까 이른바 주사 이모들도 문제입니다만 제약업체 영업직원들, 그리고 제약업체들은 자기네들 약을 얼마만큼 생산하고 얼마나 파는지 잘 알 텐데 이런 게 이렇게 불법 유통되게 방치했다 그러면 제약업체들도 좀 책임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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