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은 효자 수산물…'굴 껍데기'는 골칫덩어리


경남 통영시에서 굴은 효자 수산물이지만 굴 껍데기는 골칫덩어리입니다.

통영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굴의 90% 이상이 남해안에서 생산되고 그 대부분이 통영산입니다.

매년 이맘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굴 알맹이와 그 껍데기를 분리하는 지역의 수십개 굴 박신장은 하루 20시간 가까이 가동됩니다.

작업 물량이 늘어날수록 박신장 주변과 근처 야적장에 쌓이는 굴 껍데기 양도 많아집니다.

통영지역에서 연간 발생하는 굴 껍데기의 양은 약 14만7천t입니다.

이 중 10만t 정도가 굴 종묘를 부착하는 등의 용도로 재활용되거나 비료공장으로 향하지만 나머지는 박신장 주변이나 야적장에 방치됩니다.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돼 바다에 버리거나 땅에 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박신장 주변에는 분변 냄새 같은 악취가 진동합니다.

시청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주민들 민원이 끊이지 않습니다.

통영시는 2013년 5월 환경부에 굴 껍데기를 공유수면 매립에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고 환경부는 지난 7월 이를 가능하도록 고시했습니다.

굴 껍데기를 일정한 크기로 부숴 흙 등과 섞어 매립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어민들은 환경부 고시 이후 굴 껍데기 처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굴 껍데기를 매립 공사에 사용하게 되면 어민들은 운송 비용만 부담하면 됩니다.

지난 석 달 동안 관련법 개정은 완료됐지만 굴 껍데기는 여전히 골칫덩어리입니다.

대규모 공유수면 매립이 필요한 안정일반산업단지 공사가 보상 문제 때문에 수개월째 중단돼 굴 껍데기를 처리할 방법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통영시 용남면에서 굴 박신장을 운영하는 이재상(41)씨는 연간 3억원∼4억원 매출을 올리는데 굴 껍데기 처리 비용만 2천만원에 가깝습니다.

이씨가 굴 껍데기 처리를 위해 일 년 동안 정부에서 받는 보조금은 500만원 내외입니다.

이씨는 "재활용하거나 비료공장에 보낼 수 있는 물량은 한계가 있는데 당분간 어쩔 수 없이 굴 껍데기를 쌓아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악취 때문에 발생하는 민원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매년 10월 시작되는 굴 박신 작업은 이듬해 6월까지 이어지는데 야적장 여유 공간은 턱없이 모자랍니다.

지금은 날씨가 추워지는 시기지만 봄이 되면 박신장 주변 악취는 더 심해집니다.

게다가 비료공장에서 굴 껍데기를 수거한다고 해도 1년에 한두 번 정도에 불과하고 처리 물량도 많지 않습니다.

굴 껍데기는 좋은 비료 원료로 평가받지만 처리에 드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관련 업체가 반기지는 않습니다.

김영민 통영시청 어업진흥과 지정해역관리담당은 "대규모 공유수면 매립 공사가 재개되기만 하면 언제든지 굴 껍데기를 처리할 수 있다"며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바로 조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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