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체제 '인치에서 법치로'…사법체제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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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통치'를 천명한 중국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사법기관의 독립과 당정기관 권력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 조치들을 무더기로 쏟아내며 중국 사법체제에 대한 대전환을 예고했다.

29일 중국 관영매체들을 통해 일제히 발표된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 '결정문 전문'에 따르면 시진핑 지도부가 이번 4중전회에서 결정한 사법개혁의 폭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번 발표에 따라 헌법에서부터 형법, 민법, 행정법, 군법 등 거의 모든 주요법률이 개혁의 수술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체제가 '법치중국 건설'을 모토로 제시한 전체 사법개혁의 청사진은 크게 사법독립과 당정기관에 대한 권력 통제, 전국민에 대한 법률 의식 제고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우선 가장 주목을 받는 사법독립 조치와 관련해서는 ▲당정간부들의 '사법개입' 기록·통보 제도 도입 ▲최고인민법원의 순회법정 설치 ▲행정단위를 초월하는 인민법원·인민검찰원 설치 검토 ▲법원·검찰원의 사법행정사무관리권과 재판권·검찰권의 분리 ▲인민배심원제도 개선 및 강화 조치 등이 발표됐다.

신경보(新京報)는 당정간부들의 '사법개입' 기록·통보 제도와 관련,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도간부들의 사법개입 행동은 매우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판사와 검사가 재판개입 행위를 기록하지 않으면 처벌받는 제도를 함께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인민대학 소송제도ㆍ사법개혁연구중심 천웨이둥(陳衛東) 주임은 새로 도입되는 순회법정 제도는 "지방정부들의 보호주의를 깨트리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관과 검사가 기층조직에서 근무를 시작해 경력을 쌓고 나서 상급조직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인사제도 도입과 당정기관의 공직변호사 채용 제도 도입 등도 사법독립과 밀접하게 연관된 조치로 해석된다.

당정기관에 대한 권력제한 및 감시 조치에는 ▲중대결정에 대한 법률심사제 및 종신책임제 도입 ▲지방정부의 입권 권한 제한 ▲행정기관의 초법적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행정기관의) 권한리스트' 작성 ▲검찰기관의 공익소송 제기 등의 조치가 도입된다.

시 주석은 국가주석 취임 이래 "권력은 새장 안에 넣어야 한다"는 '정책개혁 구호'를 내걸고 줄곧 중앙과 지방의 당내 권력자들에 대해 각종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점으로 미뤄볼 때 이런 조치들은 시 주석의 아이디어들이 직접적으로 반영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산당 지도부는 또 전 국민의 법치의식을 높이기 위해 ▲국가헌법일 제정 ▲공직자의 헌법준수 서약 의무화 ▲초중고교에 '법치지식' 교육과정 도입 등을 추진키로 했다.

이번 발표문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헌법심사권 및 헌법해석권을 부여하는 등 입법기관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국민의 신체·재산·정치적 권리를 보장하고 무죄추정과 불법증거 배제 원칙에 따른 재판을 강화한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공산당 지도부는 "홍콩·대만문제에 대한 외세 간섭을 배제한다"며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의견도 일부 제시했다.

시진핑 체제가 집권 3년차를 앞둔 시점에서 기존의 법률체계 전반을 뒤흔드는 광범한 사법개혁 조치를 한꺼번에 쏟아낸 것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추진 되는 개혁조치들을 안정적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면 반드시 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만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시 주석은 이번 '4중전회'를 지난해 말 열린 3중전회의 '자매편'에 비유하며 "전면적 심화개혁을 위해서는 법치보장이 필요하고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따른 통치)을 위해서는 (전면적) 심화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지도부의 이런 전면적인 사법제도 개혁은 공산당 일당독재를 더욱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법적 통치 강화보다는 오히려 법적 통제 강화 쪽에 기울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공산당 지도부는 이번 4중전회를 통해 제도조정, 정책조정과 관련된 모든 입법활동은 반드시 당중앙위원회에 제출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스스로 당의 입법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도 함께 발표했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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