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독기 품은 넥센 "이번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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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목동구장 특설무대에서 마련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넥센 쪽에서는 염경엽 감독과 주장 이택근, 유격수 강정호가 참석했다.

이들이 이 자리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단어는 '절실함'과 '간절함'이었다.

염 감독은 "기회는 항상 오지 않는다. 매 경기에 집중하고 간절하게 야구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고, 이택근과 강정호는 이구동성으로 "즐기는 야구는 인제 그만, 이기는 야구 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이들이 절실함과 간절함을 담아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가을 야구'에 초대된 팀들치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는 팀이 있겠느냐마는 넥센은 온도 차가 다르다.

넥센은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예상을 깨고 헨리 소사를 선택했다.

정규시즌 내내 부동의 에이스 역할을 해줬던 '20승 투수' 앤디 밴헤켄은 2차전 선발로 밀렸다.

넥센은 근육 회복 속도가 남다른 소사를 1차전에 이어 4차전에 등판시킨다는 복안이다.

넥센은 5차전까지 시리즈를 끌고 갈 생각이 전혀 없다.

체력 소모가 큰 상황에서 삼성을 한국시리즈에서 만난다면 승산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넥센의 목표는 3차전, 적어도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는 것이다.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도 넥센의 이러한 야심은 확연히 드러난다.

넥센은 소사, 밴헤켄, 오재영, 손승락, 조상우, 한현희, 마정길, 김대우, 김영민, 장시환 등 10명의 투수를 등록했다.

통상 다른 팀들이 11명이나 12명의 투수를 올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경기가 일방적인 열세로 진행될 경우 투수들을 아끼려고 투입하는 패전 처리조, 좋은 말로 해서 추격조를 한 명도 넣지 않았다.

아무리 점수 차가 벌어져도 필승조를 투입해 한 경기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종의 '배수진'이다.

마무리 투수 손승락은 4~5이닝을 던질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켰다.

경기가 연장전으로 흐를 경우에 대비한 포석이다.

손승락의 선발 전환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넥센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염 감독은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전부터 포스트 시즌 플랜을 세워서 각 선수에게 상세한 미션을 부여했다.

LG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와 NC가 올라올 경우로 나눠 준비했음은 물론이다.

리그 최고의 장타력을 갖춘 팀임에도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작전과 사인 등 '스몰볼'에 대한 훈련도 집중적으로 했다.

지난해 포스트 시즌에서 '평소처럼'을 모토로 내걸고 경기장 출, 퇴근을 선택했던 넥센은 이번엔 합숙 훈련을 실시한다.

이장석 넥센 대표이사는 최근 담당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정도면 잘했어'라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대표 역시 이 자리에서 절실하고 간절하게 우승을 얘기했다.

사실 넥센은 밴헤켄과 소사를 제외하고는 믿을만한 선발 투수 없이 정규시즌 2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일궈냈다.

정규시즌에 이어 포스트 시즌에서도 기적을 이어가고 있는 LG를 상대로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패한다고 하더라도 넥센에는 충분한 변명거리가 있다.

역시 단기전은 투수 놀음이라고, 내년에는 선발진을 확실히 보강해서 패권에 재도전하겠다는 그런 변명들….

그러나 올해 독기를 품은 넥센은 그런 변명과 타협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물론 선동열 전 KIA 감독의 말처럼 야구공도 둥글고, 배트도 둥글기 때문에 아무리 대단한 결의를 갖고 임한다 하더라도 실제 경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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