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환자 절반 이상이 암진단을 받고 나서도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팀은 2007~2010년 사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암환자 65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흡연자 중 53%가 암 진단을 받고서도 계속 흡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들의 하루 평균 흡연량은 14.5개비였다.
담배를 피우는 암환자 중 34.3%는 앞으로도 담배를 끊을 생각이 없었다.
반면 흡연자 중 금연계획이 있는 사람은 1개월 이내 22.6%, 6개월 이내 2.8%, 6개월 이후 40.2%로 각각 분석됐다.
박 교수는 "암 환자의 흡연은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와 같은 암 치료를 방해할 뿐 아니라 암 재발률을 높인다"면서 "2차 암의 발생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금연 치료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암 진단 후 담배를 끊지 못하는 흡연자를 성별로 보면 남성이 14.5%로 여성(4.2%)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소득수준으로는 상위 25%보다 하위 25%에서 4배가량 흡연율이 높았다.
주목되는 건 자신의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인지한 환자의 흡연율(9.1%)이 건강상태가 좋다고 느끼는 환자의 흡연율(4.2%)보다 2배 이상 높았다는 점이다.
이는 암 환자가 자신의 건강을 자포자기한 심리상태에서 흡연하거나,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흡연자 스스로 건강상태를 낮게 평가한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특히 가족 중에 흡연자가 있으면 없는 경우보다 계속 흡연할 확률이 5.5배 높게 나타나 금연에 가족의 협조가 절대적임을 보여줬다.
또 폐암, 구강암, 후두암, 인두암, 식도암 등 흡연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암 환자의 흡연율이 9.8%로 관련 없는 암 환자(4%) 보다 2.3배가량 높았다.
암 종류별 흡연율은 간암 16.7%, 위암 14%, 대장암 13.3%, 요로계 암 12.1%, 자궁경부암 5.9% 등의 순이었다.
박 교수는 "암 환자의 금연율이 낮은 이유는 암 진단 후 암 치료에 급급한 나머지 암 치료와 연계된 금연치료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암 진단 초기에 금연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연세의학저널(Yonsei Medical Journal) 2015년도 판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