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동예루살렘 조용히 잠식…주택 '몰래' 매입

팔레스타인 주민 반발 무시…"합법적 거래로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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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조용히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정착촌을 새로 짓는 기존 방식에 더해 팔레스타인인 소유 주택을 고가에 사들여 '합법적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군의 유대인 정착민들은 20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 실완지구의 새 아파트 10채로 이사했다.

팔레스타인 활동가인 자와드 시얌은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정착민들이 예루살렘 구시가지 남쪽 성벽에 면해 있는 실완지구의 아파트 건물 2동에 전격적으로 들어와 살게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사람에게 건물을 팔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몰래 현지 아랍계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웃돈을 얹어 집을 사들이고 그 중개인은 종적을 감춰버렸다는 것이다.

현지 주민들은 정착민들이 야밤에 이사한 뒤에야 이 사실을 알고 거세게 반발했지만 이스라엘 측은 '합법적으로 이뤄진 거래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사온 정착민들 옆에 사는 70대의 팔레스타인 할머니인 움 아델 카라크는 로이터통신에 "이전엔 때때로 옥상에 올라가 히잡(이슬람 전통 두건)을 벗기도 했는데 유대인들이 빤히 쳐다보는 곳에선 무슬림으로서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

실완지구는 현지 주민과 이스라엘 정착민들 사이에 충돌이 잦은 곳으로 3주 전에도 정착민들이 이곳의 아파트 25채를 강제로 인수하자 양측 간에 충돌이 발생했다.

현재 정착민들이 확보한 건물은 90동에 이른다.

실완지구의 팔레스타인 거주민은 5만명인데 반해 500명 정도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준군사조직화한 경찰의 보호속에 생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는 이날 유대인 정착민들에게 주택을 판 행위를 "종신형에 해당하는 최고의 반역죄"라고 성토했으나 동예루살렘의 사법권은 이스라엘에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실완지구 정착촌과 관련한 미국의 비판에 대해서도 합법적으로 산 집에 기거하는 사람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미국의 가치'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맞받았다.

이스라엘로부터 독립 국가 창설을 추진 중인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으려 하나 이스라엘도 예루살렘 전체를 수도로 두려고 한다.

특히 정착촌 확대는 양측간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로 평화회담은 이미 지난 4월 중단된 상태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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