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환자 동거인 받아들인 곳은 천주교 성당

댈러스 교구장 "집 구할 때까지 거처 제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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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에볼라 감염 우려가 큰 대상자들을 받아들인 곳은 천주교 성당이었다.

지역 신문 댈러스 모닝 뉴스는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자로 지난 8일 사망한 토머스 에릭 던컨과 한 아파트에 있던 동거인 4명이 천주교 댈러스교구 건물 내 오두막에서 지냈다고 20일(현지시간) 전했다.

댈러스 보건 당국은 에볼라 잠복기(2∼21일)를 무사 통과한 동거인 4명에 대해 19일 자정 격리 해제를 결정했다.

던컨과 결혼할 예정이던 여자 친구 루이즈 트로와 그의 13세 딸, 20대 조카 2명은 성당 측이 내준 침실 4곳이 있는 오두막에서 3일 이후 보름 이상을 살았다.

보건 당국은 지난달 30일 던컨의 에볼라 확진 후 동거인 4명을 최우선 에볼라 감염 우려대상자로 지목하고 상태를 예의주시했다.

이들은 던컨이 에볼라 창궐 지역인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를 떠나 9월 20일 댈러스에 도착한 이래 9월 28일 응급차에 실려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 입원할 때까지 8일간을 한 공간에서 함께 지냈다.

4명은 던컨의 확진 후 에볼라 확산을 염려한 보건 당국의 지침에 따라 무려 나흘간이나 가택 연금 상태로 집에 묶여 있다가 유해물처리팀이 집에 남아 있던 에볼라 관련 폐기물을 제거한 3일 오후에서야 집 바깥으로 나왔다.

댈러스 카운티와 댈러스 시 보건 당국은 이들을 격리 수용할 시설을 찾았지만 다들 에볼라 공포에 떠는 상황에서 선뜻 손을 내민 곳이 없었다.

결국, 클레이 젠킨스 댈러스 카운티 판사와 마이크 롤링스 댈러스 시장은 철제 펜스로 둘러싸여 외부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 천주교 댈러스교구를 마지막 수용처로 떠올렸고, 케빈 패럴 댈러스 교구 주교는 이의 없이 이들을 받아들였다.

패럴 주교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다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판단에서 수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천주교 신자여서가 아니라 우리가 천주교 교인이기에 이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출신, 인종, 종교를 떠나 형제·자매를 보살펴야 한다는 가르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패럴 주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온 지역 사회가 하나로 뭉치기를 희망한다"며 "오갈 데 없는 동거인 4명이 새 거처를 찾을 때까지 계속 거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4명 모두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만큼 이들이 살던 장소나 물건을 폐기물 처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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