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라크 쿠르드군, 코바니로 넘어가도록 돕겠다"

'시리아 쿠르드 지원 불가' 입장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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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함락될 위기에 놓인 시리아 쿠르드족 도시 코바니를 돕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에 변화가 나타났다.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 정치세력인 민주동맹당(PYD)이 자국 내 쿠르드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됐다며 코바니에 군사개입을 거부했지만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KRG)의 군조직인 페쉬메르가 IS와 싸우기 위해 코바니로 넘어가는 것을 돕겠다고 밝혔다.

메브류트 차부쇼울루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우리는 페쉬메르가가 코바니로 넘어가는 것을 도와 주고 있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는 지금까지 터키의 쿠르드인들이 IS와 싸우는 PYD의 군사조직인 '인민수비대'(YPG)에 가담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것을 막았으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IS와 PKK는 다를 바 없다"며 군사개입을 거부했다.

이를 두고 미국 등은 터키가 국경 바로 앞에서 IS가 대량학살을 벌일 것으로 우려되는 사태에도 아무런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6일에는 독일 내부에서 IS와 싸우는 쿠르드에 무기를 지원하는 대상에 PKK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터키의 유럽연합(EU)부 볼칸 보즈키르 장관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보즈키르 장관은 당시 터키가 IS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비판하는 국가들은 말로만 비판하지 말고 자국의 군대를 시리아로 보내야 한다고 반박했다.

터키 정부가 터키뿐만 아니라 EU와 미국도 테러집단으로 지정한 PKK에 대한 무장설에 거세게 반발하자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PKK가 터키를 위협하는 한 그들을 무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전날 미국이 수송기를 이용해 KRG가 제공한 무기와 탄약 등을 코바니에 공수한 것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반발하지 않았다.

차부쇼울루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쿠르드군의 무기를 미국이 코바니에 전달했다고 언급하고서 IS에 대응하는 국제적 노력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평가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전에 무기 공수 방침을 알리면서 위기 상황의 일시적 조치라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인도네시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것이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뜻을 터기 정부에 분명히 얘기했고, 대통령도 그렇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며칠 동안 IS를 격퇴하기 위해 PYD에 무기를 주자는 아이디어들이 나왔는데 우리한테 PYD는 PKK와 같은 테러조직"이라고 반대한 바 있다.

터키가 미국의 무기 지원에 공개적으로 반발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양해 외에도 최근 국제사회의 여론 악화와 IS 지원 의혹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방은 터키가 국경을 느슨하게 통제해 외국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의 IS 가담을 내버려두고 IS가 터키로 석유를 밀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IS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도 하버드대학 강연에서 터키 등 수니파 국가들의 IS 지원설을 언급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과 요구를 받고 사과한 사례도 있었다.

터키 일간지 휴리예트 등은 지난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선출 투표에서 스페인과 3차 투표까지 가는 경쟁에서 터키가 탈락한 배경에는 최근 코바니 사태와 관련한 터키 정부의 강경입장도 일부 책임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터키 언론들은 수년 전부터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에 공적원조(ODA)를 대거 늘리는 등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공을 들였는데도 실패로 끝남에 따라 대외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아울러 터키의 시리아 정책은 미국과 충돌을 빚었고 터키 내 쿠르드가 소요를 일으켰으며 이스라엘과 이란 등에서는 이를 두고 정의개발당(AKP) 정부가 과거 오스만제국을 동경하며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신 오스만주의'(neo-Ottomanism)의 대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터키 정부가 PYD를 직접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바꾸지는 않았다.

차부쇼울루 장관은 이날 "IS처럼 PYD도 (자치정부 수립을 통해) 시리아 일부를 통제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시리아의 미래에 위협이 된다"며 터키 정부가 PYD를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PYD가 계속 이런 목적으로 행동하면 (시리아 반군인) 자유시리아군이나 터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며 "PYD는 이 목적을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터키 언론들은 지난 4일 PYD의 살레 무슬림 대표가 터키를 방문해 국가정보국(MIT) 관리들과 코바니 사태를 논의할 당시에도 터키 측은 시리아 정권에 반대한다고 선언하고 자유시리아군에 동참하라고 압박했으며 PKK와 거리를 두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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