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發 '김무성 개헌론'…연말 개헌정국 맞나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불가' 쐐기발언에도 불구하고, 여의도의 '개헌시계'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주로 야당이 적극 제기하던 개헌론에 집권여당까지 가세하면서 적어도 국회의 울타리 안에서는 '대세론'을 형성할 조짐입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오늘(16일)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논의에 대해 "정기국회가 끝나면 봇물터지고,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연말 개헌정국 가능성을 예고했습니다.

김 대표는 선호하는 권력 구조 형태로 외교·국방과 내치를 분권하는 이원집정부제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등 정리된듯한 개헌구상까지 제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은 또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할 것"이라고 강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여당의 대표가 청와대의 의중과 사뭇 다른 주장을 펼친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당청관계가 불편해 질 전망입니다.

자칫 공무원 연금법 개정 등 굵직한 정부의 국정 어젠다가 개헌논의의 밀물에 의해 주변부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여권에선 나옵니다.

야당 쪽은 김 대표의 발언을 반겼습니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신임 원내대표는 "환영한다"고 적극적인 동의를 표했습니다.

우 원내대표는 "세월호법이 마무리되면 개헌특위를 만들어 개헌안 마련에 나서겠다"며 개헌 시기를 2016년 총선 전으로 제시하기도 한 바 있습니다.

여야 지도부들의 이 같은 발언으로 미뤄볼 때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고, 아직 차기 대선까지는 2년 넘게 남은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입니다.

지난 2007년 말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고, 이명박 정부 때도 추진했으나 대선이 가까워지면 차기 주자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번번이 실패한 전례가 있었던 만큼 '선거 공백기'에 개헌작업을 서두르자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친박(친 박근혜)계에서는 개헌론을 들고 나온 게 청와대를 흔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품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국내를 비운 가운데 개헌론을 들고 나온 것에도 불쾌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한 친박 의원은 "얼마 전까지도 지금은 개헌 시기가 아닌 것처럼 얘기하던 김 대표가 대통령이 없는 사이 민감한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들어간 것 아니겠느냐"면서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서 흔들어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당장은 방중에서 나온 김 대표의 발언 진의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만큼 의견 표명을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원내사령탑인 이완구 원내대표는 "직접 듣지 않아서 발언하기가 거북스럽다"고 언급을 삼갔습니다.

앞서 지난달 이 원내대표는 비주류를 중심으로 개헌론을 꺼내 들자 "권력구조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지금 시점은 분명히 아니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차기 대선의 유력 주자들이 과연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진행될 개헌논의에 어느 정도 발을 담그고, 동의할지도 개헌론의 진로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큽니다.

심지어 김 대표가 직접 임명한 당 보수혁신위 김문수 위원장도 개헌에는 부정적이고, 보수혁신위의 논의 과제에도 개헌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또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는 "대통령의 동의를 얻은 상태에서 정권 말에 해야지 할 일이 많은 시점에 여야 계파 수장들이 개헌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것은 괜한 정치적 오해만 부를 것"이라면서 "또 개헌을 반대하는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의 반발을 부르면서 정치적 혼란만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개헌 이슈가 본격적으로 굴러간다면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전진 기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여야 중진을 포함해 원내 과반인 15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쟁점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지적을 받는 현 권력 구조의 개편입니다.

장기 군부독재를 종식한 '87년 체제'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통일을 대비한 남북관계의 재정립과 지난 30년 동안 급격한 사회의 변화를 반영해 법치, 복지, 환경 등의 가치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그러나 개헌 모임 소속 의원이 많기는 하지만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 방향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실제 논의에 착수하면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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