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우박에 황사, 첫눈까지…타이밍 못 맞추는 가을 날씨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한 없이 맑고 푸릅니다. 아 가을이구나 하는 느낌이 확 올 정도로 말입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쌀쌀하고 그래서인지 조금은 쓸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가을이라는 계절이 원래 조금은 쓸쓸해야 제 맛 아닌가요?

하지만 시간을 새벽으로 되돌리면 상황은 많이 달라집니다. 새벽에 천둥치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는 분들이 많거든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 요란한 가을비가 지난 것인데요. 천둥과 번개가 치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시기가 조금 묘합니다. 한여름도 아닌 가을의 한 가운데서 이렇게 천둥·번개가 요란한 것은 사실 정상은 아니거든요.

오늘 새벽의 소란은 갑자기 먹구름이 발달해서 생긴 것인데요, 이 먹구름은 한술 더 떠서 영종도를 비롯한 서해의 섬 지방 곳곳에 지름 1cm정도의 우박을 쏟기도 했습니다.

문제의 이 먹구름은 거침없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는데요. 동쪽으로 이동한 뒤 설악산 중청봉에 진눈깨비를 뿌렸습니다. 이 진눈깨비는 올 가을 내린 첫눈으로 기록됐습니다. 진눈깨비가 이어진 시간이 4분에 불과했고 지면에 쌓이지도 않았습니다. 설악산의 첫눈은 지난해보다 하루 늦은 것입니다.

가을의 한 가운데인 10월 중순에 이렇게 천둥과 번개, 우박과 첫눈이 모두 관측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가을황사까지 가세하면서 2014년 10월 16일 목요일은 여러 가지 기록을 동시에 세운 흔치 않은 날로 남게 됐습니다.

오늘 황사가 관측된 곳은 서해의 섬 지방입니다. 새벽 1시부터 백령도의 미세먼지농도가 평소의 두 배 수준을 넘어서더니 새벽 2시에는 평소의 4배 가까운 세제곱미터 당 143마이크로그램의 미세먼지가 관측됐습니다. 가을에 황사가 관측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5년 만의 일입니다.

황사가 관측되기는 했지만 영향지역이 주로 서해안과 일부 섬 지방에 국한됐고 황사의 농도도 매우 옅은데다 그나마 대부분의 모래먼지가 상층으로 지나는 바람에 황사의 영향을 느낀 분들은 매우 적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오전까지 이어진 안개를 황사로 오인한 분들이 조금 계신 정도였습니다.

이번 황사는 화요일(14일) 중국북부와 몽골고원 일대에서 발원한 황사가 우리나라로 이동하다가 그 일부가 영향을 준 것입니다. 황사가 발생했다는 것은 중국북부가 무척 건조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이 지역에 큰 비나 눈이 내리지 않을 경우 북서풍이 불게 될 10월과 11월, 12월까지 우리나라에 황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인데요,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면 도대체 올 가을 날씨는 왜 이렇게 종잡을 수 없을까요?

한 마디로 가을 날씨에 영향을 주는 거대한 공기 덩어리들이 시기에 맞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타이밍을 못 맞추는 것이죠. 여름에는 힘을 못 쓴 북태평양 고기압은 뒤늦게 힘을 쓰면서 늦더위의 원인이 됐는데요. 이후에는 북서쪽 찬 대륙고기압이 때 이른 확장을 시도하면서 지난해보다 한 달 가량이나 일찍 중부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올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지구촌 날씨에서는 중간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날씨를 지배하는 힘이 한 쪽으로 쏠리면서 계절의 제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인데요. 한반도의 가을도 지구촌 날씨의 진행방식과 닮아있어 더욱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말에는 날도 좋고 기온도 평년수준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즐거운 계획 세우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