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해군기지 진상 조사 설득에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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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가 15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방문, 도가 제안한 제주해군기지(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진상조사 방안과 관련해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데 공을 들였다.

원 지사는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4시간여동안 강정마을 회관에서 주민 100여명과 제주해군기지 논란에 관한 진상규명 문제를 두고 일문일답 형식으로 토론을 벌였다.

원 지사는 주민들이 뜻을 하나로 모으면, 이를 바탕으로 제주해군기지 진상규명 조례를 제정해 마을회가 주도하는 진상조사를 추진할 것이며, 도지사의 권한 내에서 이를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주민들이 원한다면 마을회가 추천하는 인물로 진상조사위를 구성하는 등 진상조사에 관한 전권을 마을회에 맡기겠다는 제안도 했다.

또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이 문제 삼는 부분에 관여한 공무원은 기지 관련 업무에서 최대한 배제하고, 진상조사 결과 행정상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해당 공무원에 인사 조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원 지사는 "그간 도정이 사후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해 공사가 법적 절차를 잘 지키며 이뤄지고 있는지,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견제를 잘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주민 지적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이런 자리가 이제서야 마련돼 안타깝고, 그간 겪어온 강정마을의 아픔을 제주도정이 책임 있게 풀어내지 못한 상황에 대해 도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공개 사과했다.

원 지사는 "형식적으로 조사하고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걸로 끝낼 거였다면 이렇게 심각하게 임하지 않았다"며 강정마을과 도정 간 신뢰 회복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진상조사를 벌여 공식적인 결과가 나와야만 형사처벌이나 징계, 인사조치 등 사후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토론에서는 진상조사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많이 나왔다.

한 주민은 "진상조사를 벌여 잘잘못을 가린다고 하더라도 잘못한 사람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명예가 진정으로 회복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민은 "그간 주민들이 제주도정에 너무 많이 속았다"며 진상조사 자체에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진상조사를 추진한다면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으로 갈기갈기 찢긴 마을 공동체를 되살리고 훼손된 주민들의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진상조사를 벌여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면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시킬 수 있는지,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해군기지 진상조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는데 진상규명조례 제정이 원활히 이뤄질지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해군기지 공사현장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강정마을회는 지난달 말 마을총회를 열어 제주해군기지 진상조사를 수용할지 결정하려 했으나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마을회는 이날 토론회에서 오간 내용을 바탕으로 조만간 진상조사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진상규명조례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건설하는 제주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제기됐던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강정 주민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진상조사는 제주해군기지 유치 당시 마을 총회와 환경영향평가 및 절대보전지역 해제 조치가 적절했는지 판단하는 것 등이 주된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 지사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추진에 대한 진상조사를 시행해 후속조치를 하고, 강정마을 주민의 동의를 받아 새로운 강정발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도는 지난 2007년 김태환 지사 재임 중 정부의 제주해군기지 건설계획을 수용하기로 했으나 여론조사의 부당성, 마을총회 무효 선언, 환경영향평가 부실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강정마을 주민은 물론 도민 사회가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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