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33년 역사상 1994년 이종범(196개)과 1999년의 이병규(192개)를 제외하고 한 시즌 200안타에 근접한 타자는 아무도 없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장 많은 안타를 때려내고 최다안타 타이틀을 가져간 이는 현재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뛰는 이대호다.
이대호는 2011년에 176개의 안타를 쳐내고 이듬해 일본 무대를 밟았다.
올시즌 128경기만 치르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200안타는 '신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스즈키 이치로(41·뉴욕 양키스)가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연속으로 200안타 이상을 쳐내긴 했지만 메이저리그가 162경기를 치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타자들만이 오른다는 200안타 고지를 128경기인 한국 리그에서 넘는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신기원을 서건창(25·넥센 히어로즈)이 열어젖힐 채비를 하고 있다.
서건창은 지난 11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안타를 몰아쳐 1994년 이종범(현 한화 이글스 코치)이 수립한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과 21년 만에 어깨를 나란히 했다.
넥센의 잔여경기는 총 4경기.
넥센은 13일 광주챔피언스필드에서 KIA 타이거즈와 만나고, 14~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2연전을 벌인 뒤 17일 홈인 목동구장에서 SK와 시즌 최종전을 치른다.
서건창이 경기당 안타 1개씩만 추가해도 200안타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쌓는다.
서건창은 최다안타 이외에도 타율(0.373), 득점(129개)까지 1위에 올라 3관왕이 확실시된다.
서건창이 꿈의 200안타 카운트다운에 돌입하면서 야구인들의 관심사도 온통 서건창에게 집중되고 있다.
피 말리는 4강 싸움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LG 트윈스의 양상문 감독마저 "서건창이 200안타 달성하면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가져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깊은 관심을 보일 정도다.
그 정도로 한 시즌 200안타는 난공불락의 고지로 여겨졌다.
양 감독은 "KT가 합류하는 내년에 경기 수가 144경기로 늘어나도 200안타는 쉽게 넘볼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라고 단언할 정도다.
이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면 선수 개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야구인들은 서건창이라면 다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건창은 올 시즌 124경기에 출전했는데, 무안타에 그친 경기는 21경기에 불과했다.
이틀 연속 무안타에 그친 것도 단 한 번뿐이라 무난히 200안타 고지 정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건창의 '꿈의 200안타' 도전이 더욱 값지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신고선수 출신으로 피나는 노력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고선수로 2008년 LG에 입단했다가 방출된 뒤 2012년 넥센에 재입단한 서건창은 이종범, 이병규 등 아마시절부터 '야구 천재'로 불리며 큰 화제를 뿌리고 다닌 스타플레이어와는 출발부터 달랐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의 서건창에게 다시 기회를 준 것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서건창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야구를 더는 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당시 서건창을 지켜본 박흥식 전 넥센 타격코치(현 롯데 타격코치)는 "(건창이는)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다. 다른 선수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절박함이 느껴졌다"고 말할 정도였다.
2012년 신인왕과 함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며 그해 프로야구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서건창은 이후 자신의 몸에 맞게 타격자세까지 수정하면서 이제는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로 자리 잡았다.
신고선수 출신이라는 한계를 딛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이제는 '꿈의 200안타'까지 바라보고 있는 그가 한국 프로야구에 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