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만에 개방된 서울역 고가…나들이객들로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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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도로가 차량 대신 시민들에게 개방된 12일 오후 이곳은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서울역 고가는 안전도가 D등급으로 철거될 예정이었지만, 박원순 시장은 최근 미국 방문 때 이르면 2016년까지 뉴욕 하이라인파크와 같은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곳은 1970년 준공 행사 때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가 테이프 컷팅을 위해 걸어 올라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보행 공간으로 개방된 사례가 없어 이날 44년 만에 처음으로 보행자들에게 개방된 것이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서울역 고가, 첫만남: 꽃길 거닐다'로 다채로운 부대 행사가 열려 오가는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고가도로 한쪽은 국화 등 각종 꽃으로 단장했고, 시민들의 소원을 적어 거는 나무,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포토존', 플로리스트들의 전시 등도 마련됐다.

25도가 넘는 늦여름 날씨에 햇빛을 피해 선글라스, 모자, 양산 등으로 가린 시민들은 고가도로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TV에서 개방 행사를 한다는 뉴스를 보고 인천에서 온 윤용택(81)씨는 "60년 넘게 봐 온 풍경이지만, 고가 위에서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이곳에 공원이 조성되면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고가도로에는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나들이객과 손을 잡고 나온 연인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 상암동에서 세 어린 딸과 나온 조지희(38·여)씨는 "평소 무심코 차로 지나가기만 한 이곳을 걸어 보니 위에서 내려다보는 남대문과 서울역의 경치가 신선하다"면서도 "고가도로가 공원이 되면 교통에 있어서 불편한 점도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삼삼오오 이곳을 찾아 처음 보는 풍경에 연방 셔터를 눌러댔다.

미국에서 온 헤하르도 데하다(28)씨는 "서울 시내는 평소 너무 복잡했는데, 빌딩 숲 한가운데 이렇게 꽃길을 만들어 걸으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1만여명 이상이 고가도로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남대문 시장 상인 등 300여명(경찰 추산)은 개방 행사가 시작된 낮 12시 고가도로 인근에서 공원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였다.

참가자들은 고가도로가 공원이 되면 교통체증이 빚어져 상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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