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엄마의 정원’ 먹방총각 종섭 역 윤지욱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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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해보이는 일상도 누군가에게는 ‘기적’일 수 있다. 최근 종영한 MBC 일일 드라마 ‘엄마의 정원’에서 윤지욱이 그렇다. 매니저도 소속사도 없는 윤지욱이 ‘엄마의 정원’에 캐스팅 됐다는 사실도 ‘기적’에 가깝지만, 노력들을 보면 ‘필연적 기적’이란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윤지욱은 40회 즈음 ‘하숙생 1’이라는 이름도 없는 배역으로 투입됐다. 정순정(고두심 분) 여사의 하숙집 식구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말 없이 밥을 먹는 게 윤지욱이 맡은 거의 전부였다. 드라마의 그림자 같은 부분이었지만 윤지욱은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는 신념을 새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윤지욱은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출출한 저녁시간 대 3일은 굶은듯 게걸스럽게 그릇들을 훔치고, 현란히 젓가락을 움직이는 윤지욱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시청자들은 그를 ‘먹방총각’이라고 불렀다. 그즈음 그에게도 난생처음 드라마의 배역 이름이 생겼다. 종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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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중간에 ‘종섭’이라는 이름이 생겼을 때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기뻤어요. 핸드폰으로 홈페이지를 검색해서 인물 소개를 보고 또 봤어요. ‘하숙집에 머무는 7급 공무원 준비생’이라는 짧은 설명이었는데, 봐도 봐도 정말 신기하고 기뻐서 힘들 때마다 핸드폰을 꺼내봤던 것 같아요.”

주연배우들처럼 많은 인물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진 않지만, 윤지욱은 종섭에게 더욱 정이 갔다. 7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고.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꿈을 잃지 않는 종섭을 보면 10년 전 태권도 선수의 삶을 포기하고 배우의 꿈을 가지고 대구에서 상경했던 나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윤지욱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정영기(강만수 역)와 콤비를 이뤄서 대사 한 줄에도 갖가지 애드립 연기를 구상하고 연습했다. 이를 우연히 본 고두심은 “요즘 젊은 연기자에게 볼 수 없는 열정을 가졌다. 열심히 하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면서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다. 

윤지욱은 처음으로 관심을 받게 해준 ‘먹방’의 탄생 비화에 대해서 귀띔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실감나게 종섭의 먹는 연기를 할 수 있을까.”고민했다는 윤지욱은 “평소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에도 카메라와 핸드폰을 양쪽에 설치하고 어떻게 먹어야 더 맛있어 보이는지를 연구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배우들은 고된 촬영 때문에 살이 빠진다는데 윤지욱은 ‘엄마의 정원’ 촬영 중에만 4kg가 넘게 쪘다. 계산해보니 촬영 날에는 적어도 10끼, 하루 2만 칼로리를 넘게 섭취했다는 것. 촬영장에서 “종섭이가 아니라 ‘먹섭’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며 윤지욱은 껄껄 웃었다.

그의 SNS에는 ‘엄마의 정원’이 종영했는데도 “계속 먹방이 보고 싶다”는 애청자들이 가득하다. 윤지욱은 이들을 위해서 자주 ‘먹방 포스팅’을 하면서 끈끈한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는데 감독님이 ‘종섭의 독백 좀 촬영해보자.’고 하셨어요. ‘엄마의 정원’ 촬영 사상 처음이었어요. 그 말을 듣고 연기자분들과 스태프 분들이 동시에 짠듯이 박수를 치시더라고요. 한마음으로 저를 응원해주셨나봐요. 감독님이 ‘넌, 인마, 인간 승리야’라고 하는데 눈물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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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욱은 “종섭을 통해서 많은 선후배 연기자와 스태프들을 알게 돼 시원함 보다는 섭섭함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배역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윤지욱에게는 ‘엄마의 정원’에 참여한 순간부터가 기적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한 이후 KBS 드라마 ‘사랑비’, ‘웃어라 동해야’에 출연하며 데뷔한 윤지욱은 영화 ‘나쁜 피’ 등에 출연했다. ‘엄마의 정원’ 종영 뒤 SBS 단막극 ‘이놈’을 통해서 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겠다는 계획이다.

“10년 전에 서울에 올라와서 뚝섬에 가서 ‘꼭 10년 뒤에는 배우가 되겠다’고 큰소리 쳤었거든요. 얼마 전 10년 만에 뚝섬을 갔었어요. 아직 그렇게 성공한 배우는 아니지만 ‘엄마의 정원’을 만났고 이렇게 연기를 하고 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서 울었어요. 만족하냐고요? 당연히 그건 아니죠. 하지만 5년 뒤에 한번 더 뚝섬에 갈 땐 울지 않고 웃을 거예요.”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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