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中 민주화 시위로 '홍콩인' 정체성 강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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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 발표로 촉발된 홍콩 시민의 반중(反中)시위 사태로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라는 홍콩인들의 자기 정체성 인식이 더욱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이번 홍콩의 도심점거 시위를 하나의 문구로 규정할 수 있다면 '홍콩인'일 것이라면서 현재의 갈등은 홍콩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90% 이상의 홍콩인들은 민족적으로 중국인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정체성을 물으면 가장 먼저 '홍콩인'이라는 대답이 나오며 이후 '아시아인'이나 '세계 시민'이라는 답이 '중국인'이라는 답보다 먼저 나온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지난 6월 홍콩대가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중국인'으로 인식하는 홍콩인이 1997년 주권반환 이후 최저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정체성의 문제는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주권을 돌려받았을 때부터 고심하는 사안이지만 그동안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번번이 역효과를 낳았다.

중국은 2003년 홍콩판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고 2012년에는 홍콩 각급 학교에 국민교육 과목 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중국은 두 차례 모두 대규모 반대 시위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많은 홍콩인이 이런 중국의 시도들을 홍콩의 가치에 대한 중국의 공격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NYT는 이번 우산 혁명의 발단이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이라는 정치적인 사안이었지만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게 한 열정은 법치와 언론·표현의 자유, 금융 기반시설, 반(反)부패 제도, 교육, 광둥화(광동어) 같은 홍콩의 독특한 정체성을 보존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런 가치와 제도들을 체제 도전적이며 용인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홍콩의 통치 방식인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에서 유발된 모순이 증가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홍콩인들은 홍콩의 경제와 사회, 언어 지형을 바꾸는 중국인들의 존재에 대해서도 분개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매로 그렇지 않아도 비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며 중산층, 특히 최근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집을 장만할 여유가 없어졌다.

홍콩으로 원정출산을 오는 중국인 임신부가 늘어나면서 산부인과 병동에도 자리가 없는 등 다른 자원들도 본토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많은 홍콩인은 밀려오는 중국 관광객들의 존재 역시 홍콩을 독특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익사시키는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

그러나 NYT는 홍콩의 우려는 한족의 대규모 이주로 현지인들의 삶의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구르나 티베트의 문제와 비슷하지만, 홍콩인들은 독립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성향 신문인 빈과일보를 발행하는 지미 라이(黎智英) 넥스트미디어 회장 역시 한 인터뷰에서 "홍콩은 중국과 나뉠 수 없다"면서 "우리가 유지해야 하는 것은 영국 식민 시대 유산인 핵심 가치, 차이점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위로 홍콩인이라는 정체성은 강화됐지만, 홍콩 내부에서는 '잃을 것이 없다'는 젊은층과 실용주의를 선호하는 노년층 간 세대 분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AFP통신은 많은 홍콩의 노년층이 과거 중국 본토에서 가난이나 정치적 박해를 피해 홍콩으로 건너와 오랜 시간 자녀의 더 좋은 삶을 위해 고생해 온 사람들이라면서 이들 중 일부는 젊은이들이 시간을 허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퇴직공무원인 찬 ?(69)은 "나는 민주주의를 지지하지만 이런 접근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면서 "그들이 하는 것은 너무 과격하며 사람들의 생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시위를 지켜보던 한 80대 남성 역시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게 뭐냐"면서 "(시위하는 대신) 학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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