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행부 중징계 요구…법원은 '무죄' 판결


안전행정부가 광주 지역 공무원 노동조합원들의 중징계를 요구했던 '귀태가(鬼胎歌)' 현수막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안행부가 일선 구청 노조 간부들에 대해 파면 또는 해임에 해당하는 배제징계를 요구하고 시 간부들에게도 책임을 물은 것은 물론,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안행부 지시를 수용해 중징계 요구를 접수한 광주의 자치단체들 역시 무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안행부는 '귀태가' 현수막 게시와 을지연습 반대 유인물 배포를 이유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본부 지부장 4명(동·서·북·광산)에 대해 파면이나 해임에 해당하는 배제징계를 하고 남구 지부장도 중징계할 것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지난해 9월 말 광주시 등에 발송했다.

광주 5개 구청은 애초 안행부가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데다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징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으나, 안행부 관계자들이 두 차례 광주시와 일선 구청을 직접 방문하고 검찰로부터 공무원범죄처분결과까지 통보받자 구청장 간 협의를 거쳐 올해 1월 초 광주시에 징계 요구안을 합동으로 접수했다.

그러나 광주지방법원은 지방공무원법 위반과 옥외광고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광주본부 북구지부 간부 4명에 대해 이날 안행부와 지자체의 조치에 배치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방공무원법 위반은 무죄로 보고 옥외광고물 관리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 벌금 3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현수막 게시는 다수가 위력을 보였다거나 무단결근, 시국선언 등 집단행위를 한 것으로도 볼 수 없어 지방공무원법 규정상 금지된 공무원의 집단행위로 볼 수 없으며 다만 가로수에 불법 광고물을 게재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에 따라 을지연습 문제점을 지적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광주 광산구청과 남구청 노조 간부 4명에 대한 오는 16일 1심 판결도 주목되고 있다.

공무원 노조의 한 관계자는 "귀태 현수막 건이나 을지연습 유인물 배포 건이 다른 공무원 노조에까지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행부가 부랴부랴 징계를 서둘렀지만 검·경의 수사까지 갈 만한 사안이 아니었으며 결국 공무원 노조를 노린 것이었음이 재판을 통해 명백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플래카드를 누가 게시했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데 노조 간부 4명 모두에게 벌금형을 내린 것도 무리한 판결"이라며 "게다가 불법 광고물 적발의 경우 대부분 강제 철거하거나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해왔는데 판결대로라면 앞으로 불법광고물 적발 시 모두 검찰에 기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직 공무원들 역시 애초 안행부와 지자체의 징계 절차와 그 수위가 통상적인 범위에서 벗어났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과거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광주의 한 공무원은 "징계의 주요 근거인 지방공무원법 위반이 무죄로 판결이 난 이상 광주시의 징계 강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인사위원회는 독립 기관이고 변호사나 교수들이 법리를 검토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안행부가 구체적인 징계 수위까지 지시한 것은 지자체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며 "각 구청장들이 소신을 지키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열악한 재정자립도와 안행부의 광역시 부시장 임명권 등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시 인사위원회는 16명(변호사 3·교수 5·퇴직공무원 2·내부 위원 6명)의 위원단을 꾸려 지난 2월 1차 징계위원회를 열었으나 1심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위원회를 다시 열기로 유보한 상태다.

광주시 측은 "행정벌과 형사벌은 별개 사안이지만 공무원에게 징계는 큰 사안이므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어 재판을 지켜보기로 했다"며 "시장이나 시의회 등과 무관하게 징계 여부 및 수위는 인사위원들의 과반수 의결로 처분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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