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도가니' 국가 배상 패소…"국가 쏙 빠져, 무책임하다"

* 대담 : 황수철 변호사(광주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인)


동영상 표시하기

▷ 한수진/사회자:

영화 도가니의 실제 배경으로 알려진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이죠, 광주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피해자들의 소송 내용은 이런데요. ‘인화학교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관리 부실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기에 소송한다.’ 재판부가 어떤 이유로 패소 판결을 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에서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았던 황수철 변호사와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변호사님 나와 계세요?

▶ 황수철 변호사(광주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인):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먼저, 패소 판결이 나서 많이 아쉬우실 것 같네요. 영화 ‘도가니’로 인해서 이번 사건 다시 한 번 또 부각이 됐었는데, 먼저 이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어떤 내용인지 좀 정리해서 말씀해 주신다면요?

▶ 황수철 변호사(광주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인):

일명 ‘도가니 사건’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사건이고요.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인 광주 인화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입니다. 약 90년 대 중반부터 2005년까지 장기간 동안 장애 학생을 교직원이나 교사들이 성폭력을 한 적이 있고요.

이제 2005년 6월에 어떤 교사의 양심선언으로 폭로가 되었고, 그 해 MBC PC수첩에서 방영이 되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2006년도에 인권위 조사까지 이어졌고, 2009년에는 소설가 공지영 씨가 ‘도가니’라는 소설을 발표했고요. 2010년에 다시 시설 내에서 학생 간 성폭력이 발생했습니다. 2011년에 결국 영화 ‘도가니’가 제작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사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당시 가해자들이 가벼운 형량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서 참 비난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요. 재수사는 언제 시작이 됐죠?

▶ 황수철 변호사(광주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인):

그 2005년 처음에 파장을 일으켰을 때는, 형사사건 진행이 되어서, 피해자들의 증언이 자꾸 바뀐다거나 아니면 기억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아주 가벼운 처벌을 받았습니다. 교장 같은 경우에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고요. 행정 실장의 경우는 징역 1년 8개월 밖에 안 받았습니다.

2011년에 영화가 개봉되고 국민들 서명운동까지 하게 되면서 재수사를 다시 시작했고요. 1심에서 행정실장이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와 상고를 통해서 징역 8년으로 확정되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이번 소송은 어떻게 내게 되신 건가요?

▶ 황수철 변호사(광주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인):

저희는 이번에는 가해자를 직접 상대로 한 민사소송이나 형사소송은 아니었고요. 이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서 국가에 어떤 과실이 있는 게 아닌지 하는 국가 배상 소송이었습니다.

2006년도와 2011년도의 인권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면, 모든 시설의 재원이나 운영 자금이나 법령상으로도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게 확인이 되어서,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국가의 책임을 그냥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결론에 이르렀고요. 2012년 3월에 국가배상사건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런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책임이 있다, 한 마디로 이런 말씀이신 거군요. 그런데 재판부가 패소판결을 냈다고요, 어떤 이유인가요?

▶ 황수철 변호사(광주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인):

이 사건에 대해서 큰 쟁점만 말씀드리면 일단 소멸시효 경과 문제인데, 2005년 6월 이전에 발생한 사건들에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국가배상법상 소멸시효 5년이 경과했기 때문에 모두 소멸시효로 바로 기각을 해버렸고요.

2010년에 시설 내에서 발생한 학생 간 성폭력에 대해서는, ‘그 사건과 국가의 관리감독 과실 간 인과관계가 직접 인정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기각을 했습니다.

후견인 미지정에 대해서는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 입증되지 않는다는 점, 교육권, 학습권 침해는 증거 부족이라는 이유로 다들 기각된 사항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첫 번 째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효가 경과가 됐다, 하는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국가가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은 거군요?

▶ 황수철 변호사(광주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인):

국가가 사실, 장애인 교육이나 이런 부분을 법령상으로 다 근본적인 책임은 국가한테 있거든요. 하지만 이제 그런 시설 내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서 개인 간 일탈처럼 얘기하고, 국가는 빠져버리는 모습인 거죠. 무책임하다고 생각이 들었고요. 이점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국가도 분명히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 하는 말씀이신데, 그런데 지금까지 이렇게 국가가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판례가 있었습니까?

▶ 황수철 변호사(광주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인):

민간이 운영하는 장애인 시설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국가가 직접적인 책임을 인정한 판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만약에 이번에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면 나름 큰 의미가 있는 판례가 될 뻔 했는데, 그렇지 못했네요.

▶ 황수철 변호사(광주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인):

저희도 처음에 쉽지 않을 걸 예상하고 시작했거든요. 이런 판결이 만약 저희가 인용이 된다면 사회적 파장이 굉장히 클 거고, 장애인 시설에 대한 소송도 빗발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들어가게 됐는데, 어쨌든 장애인 보호라는 점은, 한 국가의 인권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척도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점이 꼭 확인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저희가 의미를 부여하고 진행했던 사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조금 전에 말씀하시기를, 비슷한 소송이 아마 빗발쳤을 거다, 하는 말씀도 하셨네요.

▶ 황수철 변호사(광주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인):

네, 그 부분은 피할 수가 없죠, 국가의 책임이 확연해진다면요.

▷ 한수진/사회자:

그 만큼 비슷한 일이 또 많다, 하는 말씀이신 거죠.

▶ 황수철 변호사(광주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인):

아, 굉장히 많죠. 잘 아시는 부산의 ‘형제복지원’ 사건도 비슷한 사건이고요. 지금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천안 도가니 사건’, ‘부산 도가니 사건’, 이런 식으로 전국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참 장애인은 사회적 약자인데, 장애인 대상으로 한 범죄, 특히 성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어요. 여기에는 어떤 요인들이 있다고 보세요?

▶ 황수철 변호사(광주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인):

일단은 장애인 수용하는 시설은 굉장히 폐쇄적인 곳이 많거든요. 그 말은 한마디로, 외부에서 관리감독 하지 않으면 이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국가에서 관리감독 해야 되고요. 아직은 장애인에 대한 인권의식이 많이 부족하고요. 왜냐하면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부족한 (장애인)분들이 있기 때문에, 가해자 입장에서는 그냥 굴복한다는 인식도 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최근에는 도가니 사건 이후에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 공소시효 없애는, 일명 ‘도가니 법’이라고 하잖아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된 걸로, 제재조치가 강화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건 좀 의미 있는 조치라고 보세요?

▶ 황수철 변호사(광주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인):

네, 굉장히 환영할만한 일이고요. 아동이나 청소년들에 대한 성범죄는 진짜 공소시효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특히 장애인을 상대로 한 범죄, 입증하기도 어렵고 수사하기도 어렵고, 참 변호하시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 황수철 변호사(광주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인):

네, 맞습니다. 저희가, 우리 도가니 건 관련해서도 직접적인 예가 있었어요. 2005년도에 처음 수사했을 때는 그냥 일반인 피해자처럼 완전 그냥 그 기준을 엄격하게 들이대서, ‘왜 자기가 성폭력 피해를 당해놓고는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느냐, 왜 진술이 변경되었느냐.’, 이러면서 증거 불충분으로 가해자가 큰 처벌을 받지 않았던 사건이거든요.

하지만 2011년도 재조사할 때 저희도 의견서를 넣었지만 특수성에 대해서 굉장한 배려를 요구를 했고, 법원에서도 그 배려를 많이 받아주셔서 증거의 증빙성을 많이 인정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참 이렇게 수사도 어렵고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아서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미리 예방하는 게 참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자, 항소 계획 밝히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또 결과가 달라질지, 저희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의 변호인, 황수철 변호사와 말씀 나눴습니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