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부산 '무빙 트리엔날레'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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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연안여객선에서 열린 개막 춤 공연

부산하면 떠오르는 축제, 단연 ‘부산국제영화제’를 꼽을 수 있겠죠.

영화제 하면 부산의 강남, 뉴타운 ‘해운대’가 떠오르고요. 영화의 전당을 중심으로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연결되는 영화 축제는 영화인들은 물론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과 함께하는 국제행사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올해는 10월 2일 개막합니다.

그런데 부산국제영화제에 앞서 지난 27일 ‘무빙 트리엔날레’- 메이드 인 부산‘ 이라는 다소 생소한 축제가 한달 일정으로 개막했습니다. 전시와 공연 학술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복합문화축제인데 실험적이고 대안적인 상상력을 선보이는 발상이 참 재미있습니다. ‘무빙트리엔날레’는 우선 인지도 높은 예술가 중심, 전문 전시관 중심의 대형문화 이벤트에 대한 반성과 대안 모색에서 출발합니다.

이런 점에서 무빙트리엔날레보다 일 주일 앞서 지난 20일 개막한 ‘부산비엔날레’와 대비되고 있는데요. ‘부산비엔날레’는 27개국에서 온 인지도 높은 작가 70여 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시 공간도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문화회관,고려제강,수영공장 등 규모가 큰 전문 전시공간이고 작품 250여개를 전시해 놓은 국제 행사죠.

그런데 무빙트리엔날레는 발상이 아예 다릅니다.

우선 전시,공연, 학술 행사 공간이 쇠락해 가는 부산의 원도심인 중구고요. 전시공간도 일상의 생활공간이 주무대입니다. 부산이란 항구도시의 특성을 가진 부산 연안여객터미널과 노인들의 삶이 담긴 (구)중구 노인복지회관, 근대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구)부산지방기상청, 부산의 뒷골목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구)하동국밥집 등 생활 속에 작은 스토리가 있는 문턱 낮은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공간을 이동하며 원도심의 살아있는 정서와 역사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그냥 작품을 가져와 전시관에 설치하는 작업이 아닌 그 공간을 함께 이해하고 공간의 숨은 역사를 소재로 담아내는 ‘장소 특정적 전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런 공간을 따라 가다 보면 사람들이 들고 나는 항구도시 부산의 특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 무빙트리엔날레의 의미를 조금은 알 수 있겠죠?

나아가 부산의 특성을 담은 예술가들의 작업이 행사가 끝나면 일회성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도시로 이동하고 그 곳의 이야기를 담아 재구성되는 유목민적 방식으로 고안됐습니다. 무빙트리엔날레 메이드인 부산에서 메이드 인 광주 ,대구, 대전으로 가능성을 열어 두고 그런 점에서 무빙의 개념이 확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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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연안여객터미널에 전시된 '가방프로젝트‘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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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방프로젝트에 전시된 작품

전국에서 처음으로 부산에서 시도된 이 복합문화 행사는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대안의 상상력’이란 주제로 기획됐고 전시의 핵심 주제는 ‘가방 프로젝트’로 구체화 됐습니다.

가방은 어쩌면 개개인의 가장 내밀화된 사적 공간이자 작은 이야기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가방 프로젝트의 주 무대는 부산연안여객 터미널인데요. 터미널은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이는 공간이죠. 누구나 한 두 개쯤은 가방 보따리를 가지고 모이고 헤어지는 장소이기도 하지요. 이곳 250여미터의 터미널에 국내,외 80여 명의 작가가 가방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세월호와 안전을 연상시키는 작품에서부터 환경오염을 고발하거나 일반인의 손톱을 기증받아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손톱 프로젝트’ 등 다양한 주제가 선보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 등이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나면서도 항구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공간이 연안여객터미널만큼 상징적인 곳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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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방기상청에서 본 부산 남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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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방기상청에 전시된 작품 '산으로 간 배'

그러나 부산이 항구도시만은 아니죠. 부산은 산복도로의 도시이기도 하지요. 6.25 전쟁시절 전국에서 몰려 온 피난민들이 산 중턱에 지어 만든 마을 ,산복도로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 상징이 근대문화 유산의 지정된 대청동 부산기상청에서 전시 공간으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남항이 내려다 보이는 이곳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폐선과 폐자개농으로 만든 ‘산으로 간 배’라는 제목의 전시작품이 맞이 합니다. 바다와 산 또 산과  바다를 연결하는 부산의 상징을 살린 기획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 오면 전시 작품과 함께 부산 남항의 확 트인 조망을 덤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부산의 뒷골목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도 있지요.

바로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돼지 국밥집 (지금은 운영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하동집 국밥’ 은 ‘하동집 문화살롱’으로 탈바꿈해 젊은 작가와 문화 기획자들의 토론방이자 음식점으로 변신했습니다. 용두산 공원에 있는 (구) 중구 노인 복지회관은 실험적인 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이처럼 원도심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빙트리엔날레는 일상공간과 예술을 접목함으로써 원도심을 버려야 할 '루저의 공간‘이 아닌 삶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재발견과 재창조’의 공간으로 의미를 부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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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빙 트리얼날레의 ' 움직이는 전시- 사람이 직접 메고 다니며 무빙의 취지를 작품화 함

매 주말에는 다양한 공연도 준비돼 있습니다. ‘홍대 사운드 아티스트 퍼포먼스’를 비롯해 국내 대표 다원 예술축제 ‘페스티벌 봄’의 기획자인 차지량 작가의 퍼포먼스, 합창 행진 퍼포먼스 등이 부산 광복동 일대에서 벌어집니다. ‘부산 문화예술 생태보고서’란 프로그램과 총 4차례에 걸쳐 ‘무빙 라운드’라는 학술 심포지움도 준비돼 있습니다 .

이 행사는 무엇보다도 국내외 150여 명의 시각 예술가와 문화 기획자, 비평가를 비롯한 40여 개 예술 단체 150여 명의 문화 예술인 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 의미가 큽니다.

이승욱 축제 감독은 “다양한 장르의 작가와 문화 기획자들이 거의 망라해 참여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며 “돈이 아니라 자발적 참여 속에 행사가 성사된 것은 정말 의미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김성연 전시감독도 “시민들이 도시 공간을 거닐면서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업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역사와 삶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고 일상의 공간에서 예술가와 시민들이 자유롭고 다양한 문화적 소통을 하게 되는 것은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했습니다.

무빙트리엔날레는 3년에 한 번씩 개최할 계획입니다.

축제의 계절 가을에 부산을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무빙트리엔날레’의 재미난 도전에 동참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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