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도심 점거 시위…경찰과 충돌로 수십명 부상

홍콩 당국 '불법 시위' 규정…최루액 살포는 2005년 이후 처음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마련한 오는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단체가 도심 점거 시위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경찰과 충돌해 수십 명이 다쳤습니다.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 시민과 학생들은 어제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정부청사와 입법회 근처에서 전인대 선거안 철회와 새로운 정치 개혁 방안 마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앞서 지난 22일부터 동맹 휴업 중인 대학생들이 정부청사 근처 공원에서 집회를 하는 가운데 시민단체인 '센트럴을 점령하라'가 어제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 지역 점거 운동을 개시한다고 선언하면서 시위 참가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센트럴 점령'의 공동 설립자인 베니 타이 이우-팅 홍콩대 법대 부교수가 센트럴 점령의 첫 단계로 정부청사 점령에 나서겠다고 밝힌 뒤 학생과 시민들은 센트럴 지역과 연결된 정부청사 근처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 여파로 센트럴 등으로의 차량 운행이 차단됐으며 정부청사 지하철역도 봉쇄됐습니다.

홍콩 당국은 센트럴 점거를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습니다. 렁춘잉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센트럴 점령에 의한 불법적인 점거 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경찰은 최루액 스프레이를 뿌리고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습니다. 홍콩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한 것은 지난 2005년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 당시 벌어진 한국 농민들의 항의 시위 이후 처음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습니다.

그러나 시위대는 경찰의 최루탄을 피해 달아났다가 다시 도로 위에 집결하는 등 해산을 거부한 채 밤늦게까지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이 정부청사가 있는 홍콩 섬에 집결한 틈을 타 까우룽 반도로 넘어가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어제 경찰과 시위대 사이의 충돌로 최소한 26명이 다쳤다고 CNN이 보도했습니다. 경찰이 그제 학생 시위대를 체포하는 과정에서도 경찰 4명과 공무원 11명을 포함해 모두 34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인대는 지난달 말 오는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천2백 명의 후보추천위원 가운데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 2∼3명에만 입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보통선거 안을 마련했습니다.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는 이 선거 안이 반중 성향 인사의 출마를 막으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