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이야기] 당신이라면 양보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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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엔드 48-52. 사선에 선 막내 정다소미.

그녀가 쏜 화살이 과녁을 향해 날아갑니다.

그리고 과녁 정중앙에 꽂히는 마지막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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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소미

28일 오전,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앙궁 리커브 여자단체 금메달전에서

장혜진, 정다소미, 이특영으로 구성된 리커브 여자 대표팀이

중국을 꺾고 단체전 5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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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양궁 단체 리

경기 결과 공식 발표를 앞두고

두 나라 선수들이 나란히 선 가운데,

이들에게 다가가 펑펑 눈물을 쏟아내는 낯익은 얼굴은

바로 양궁 대표팀의 맏언니 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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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정_땀이야기

세살배기 아들을 둔 엄마궁사인 그녀는

지독한 어깨 부상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선발전을 통과해 이번 대회 예선전을 치러냈습니다.

그러나 주현정, 장혜진, 이특영, 정다소미

이 네 명의 리커브 선수 가운데 단체전 출전권은 야속하게도 단 세 장뿐.

이특영을 단 1점 차로 아슬아슬하게 제치고

단체전 출전권을 따낸 그녀가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깨 부상 때문에 개인전 티켓은 이미 놓친 상황.

마지막 남은 단체전에 어떻게든 나서고 싶은 욕심아닌 욕심과

자신 때문에 불안해할 동생들을 다독여야 한다는 두 마음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밤.

다시 한 번 생각하라는 감독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녀는 단체전 출전권을 이특영에게 양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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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정

이미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정상에 선 그녀에게

이번 대회 단체전 포기가 그렇게 큰 일이었을까, 

부상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번이고 은퇴를 고민하면서도 결코 놓을 수 없었던 활,

어린 아들조차 제대로 한 번 안아주지 못하고 수천 발을 쏴온 화살.

이제 단 몇 발만 쏘면 끝이 보이는 상황에서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기가 말처럼 그렇게 쉬웠을까요.

그동안 언니의 고생을, 눈물을, 아픔을 알고 있는 동생들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경기장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압도적인 실력으로 빛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나보다 팀을 먼저 생각한 주현정의 희생으로 이뤄낸 대회 5연패.

수십년을 이어온 한국 양궁의 힘이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글, 구성 : 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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