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때 이랬더라면"…가상훈련서 '전원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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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VTS 여기는 뉴파라다이스호. 현재 선미창고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 속히 구조 바랍니다." 26일 오전 11시께 화순항에서 출항해 목포항으로 가던 여객선 뉴파라다이스호(300t) 선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선박통신기(VHF)로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전해졌다.

같은 시각 위험을 느낀 여객선 승객들도 해양긴급번호 122로 일촉즉발의 위급한 상황을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즉각 상황대책팀을 소집해 구조를 지시하고 관계기관과 인근에서 조업하는 어선에 구조 협조를 요청했다.

해경경비함정과 관공선, 해군함정, 어업지도선 등 선박 20여 척과 구조헬기 3대가 사고현장인 화순항 남동쪽 3.7㎞ 해상으로 급파됐다.

현장 지휘를 맡은 오윤용 제주해경서장도 헬기를 타고 현장으로 향했다.

선장의 다급한 구조요청이 있고 나서 5분 만에 붉은 화염이 여객선 선미를 뒤덮었다.

선장은 계속해서 여객선 상황을 보고했고 현장에 도착한 제주해경서장은 항공구조사와 해경특공대, 제주구조대에 선내 진입할 것을 명령했다.

11시 10분 사고 여객선 위를 선회하던 헬기에서 레펠을 타고 내려온 항공구조사가 조타실로 들어가 선장, 승무원과 함께 탈출작전에 들어갔다.

이때 배가 침몰할까 봐 두려움을 느낀 승객 8명이 갑자기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를 본 다른 승객들도 연이어 바다에 뛰어드는 위급한 상황이 전개됐다.

구조헬기는 즉각 구명벌(구명뗏목)을 바다에 빠진 승객들에게 던져 구조활동에 나섰다.

원형 또는 타원형의 구명벌은 자동 팽창해 떠올랐고 익수자들이 황급히 구명벌에 올라타 위험을 모면했다.

동시에 다른 헬기가 호이스트(전기 리프트장치)를 이용해 조류에 휩쓸린 익수자를 구조하기 시작했다.

호이스트는 성인남자 4명(약 270㎏)을 전동모터 등을 이용해 구조하도록 만들어진 인명구조장비다.

사고 여객선 반대편에서는 방제5호정과 110정이 바다에 떠있는 익수자들이 멀리 떠내려가지 않도록 표류자 인명구조용 펜스를 서둘러 설치했다.

해양오염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오일펜스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인명구조용 펜스가 처음 활용되는 순간이었다.

고속단정을 탄 구조대가 펜스에 매달려 버티고 있던 익수자들을 차례로 구조했다.

구조대는 익수자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상태가 위급한 환자는 서둘러 소형경비함정에 태워 화순항으로 긴급 이송했다.

바다에 빠진 익수자들을 긴급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사고선박 인근에는 소형함정 2척과 고속단정이 선회하며 여객선 승객들을 대상으로 재빨리 안내방송을 했다.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습니다. 남아계신 승객분들은 구명동의를 착용하고 승무원과 구조대의 통제하에 즉시 퇴선하기 바랍니다." 선내에 진입한 해경특공대와 승무원 등은 출입문을 개방하고 배에 남은 승객들의 구명동의 착용상태를 확인하며 1층과 2층 탈출구역으로 유도했다.

동시에 항공구조사는 탈출용 슬라이드를 1층 선수와 2층 등에 설치하고 슬라이드 하단에 구명벌을 연결했다.

탈출용 슬라이드는 높은 선박 갑판에서 해상으로 직접 뛰어내리는 것에 공포감을 느끼는 노약자·어린이·여성 승객들이 안심하고 해상으로 탈출할 수 있도록 개발된 미끄럼 장비다.

11시 30분 수십명의 승객들이 차례로 슬라이드를 통해 여객선을 탈출했다.

1차, 2차, 3차 탈출작전이 이어졌고 여객선을 빠져나온 승객들은 고속단정과 소형함정, 어업지도선 등을 통해 안전하게 옮겨졌다.

"여기는 뉴파라다이스호 선장입니다. 승객은 모두 퇴선했고 화재는 급속히 번져 진화가 불가능합니다. 승무원 퇴선 및 선체 포기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은 선장의 비장한 목소리였다.

구조요원과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우선 탈출시킨 뒤 마지막에 선박을 빠져나가는 진정한 시맨십(seamanship·뱃사람 정신)을 보여줬다.

11시 45분 승무원들이 여객선을 탈출하고 나서야 선장이 마지막으로 침몰하는 여객선을 뒤로하고 헬기를 통해 구조됐다.

이어 현장지휘함 1505함을 비롯한 5척의 함정이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빠져나간 화재선박을 향해 소화포를 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객선 뉴파라다이스호는 불에 타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것으로 모든 훈련이 마무리됐다.

이 훈련은 제주해경이 실제 해상 사고를 가상해 실시한 민·관·군 합동훈련이었다.

훈련 강평회에서 임형록 한양대 교수는 "슬라이드를 통한 구조방법은 매우 획기적이라 생각한다. 2층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라고 하면 나 역시 매우 겁을 먹었을 것"이라며 "이런 아이디어는 전국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훈련을 참관한 중문고 2학년 강연실(17)양은 "이번 훈련이 정말 드라마틱하고 멋있게 실시됐다"며 "세월호 사고 때 이번 훈련처럼 구조가 이뤄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 사고가 나더라도 훈련을 통해 잘 대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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