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선처론에도 증시 반응은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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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법처리된 재벌 회장들에 대해 가석방·사면 등을 베풀 것이라는 기대감이 재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선처로 수혜 가능성이 제기되는 그룹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등 증시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최근 정부에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가장 먼저 운을 띄우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화답하고 나서면서 '기업인 선처론'이 급속히 대두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25일 "주요 기업인들이 계속 구속 상태에 있으면 아무래도 투자 결정에 지장을 받게 된다"며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원칙에 어긋나서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처벌을 받고 자리를 비운 SK·CJ·효성그룹 등의 총수들이 앞으로 정부의 선처를 받고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재계를 중심으로 커진다.

재계는 이들 총수가 돌아오면 그간 지연된 대형 투자 결정 등을 재개해 경제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반색하고 있다.

하지만, 증시에서는 선처론과 관련해 현재까지 뚜렷한 반응은 눈에 띄지 않는다.

1년8개월째 수감생활 중인 최태원 SK 회장이 당장 최우선 선처 대상으로 꼽히는 가운데 26일 SK 주가는 전날보다 0.80%(1천500원) 오른 18만8천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재판을 기다리는 이재현 CJ 회장의 경우 CJ 주가는 18만원으로 오히려 2.17%(4천원) 떨어졌다.

조석래 회장이 조세포탈·배임 등 혐의로 1심 재판 중인 효성 주가도 7만6천600원으로 0.39%(300원) 내렸다.

증시의 이 같은 반응은 총수의 부재가 주가에 큰 영향이 없었다는 그간의 경험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6일 한국거래소와 재벌닷컴에 따르면 CJ그룹과 SK그룹의 올해 시가총액 증가율(전날 종가 기준)은 각각 32.62%, 16.09%로 10대 그룹 중 1, 2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10대 그룹 전체 시총이 약 5% 감소하는 와중에도 두 그룹이 이처럼 뛰어난 성적을 내자 총수들의 부재가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선처 대상으로 거론되는 총수들에 대해 "시장은 그분들이 경영 능력이 매우 뛰어나지만 사법처리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보진 않는 것 같다"며 "총수들의 부재가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총수들이 그간 여러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그들의 복귀가 투자자 입장에서 반드시 긍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사법처리돼서 좋아하는 투자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일부 그룹은 총수가 돌아오면 그간 정지된 일부 사업이 다시 진전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주가가 오르면 부수적인 요인으로 언급될 수는 있어도 주된 주가 상승 동력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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