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아줌마 역할이니 기존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사랑스러운 요정 같은 이미지의 배우 신민아(31)가 다음달 8일 개봉하는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본인 말대로 아줌마로 돌아왔다.
평생을 함께하고파 결혼했으나 정작 더 외로운 현실에 회의하다가도 남편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하는, 신혼초의 평범한 여성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미혼인 자신이 왜 이렇게 공감하는지 의아했다는 신민아를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생각해보니 제가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미영의 감정은 오랜 연애 끝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굳이 연애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평생 계속될 것으로 믿었던 인간관계가 삐거덕거릴 때 느끼는 마음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여자들이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부분들도 있고요."
신민아는 3살 터울의 조정석과 아웅다웅하면서 참 현실에 있음직한 신혼 부부상을 보여준다.
시종일관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에서 촬영했다는 신민아는 "더 망가지고 웃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편집된 부분도 있고 해서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그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난 조정석과 어떻게 친해졌나.
▲ 둘다 서로 마음이 잘 맞아야 영화도 잘 나오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둘다 낯을 가리는 편인데 성향은 비슷해요. 진지할 때는 진지하되 풀어질 때는 편안하게 풀어져야 연기를 잘 할 수 있다는 생각도 그렇고요.
-- 리메이크작인데 어떤 부분을 염두에 뒀나.
▲ 영화 촬영하기 전 원작을 봤어요. 원작에서 최진실 선배는 그 존재만으로도 영화에서 가치를 보여주는 분이었고 풋풋하고 신선한 느낌이었요. 그렇지만 그 연기를 따라가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저만의 방식으로 2014년 미영을 요즘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원작과 달리 맞벌이하면서 안팎으로 일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고민 등을 표현하려고 고심했어요.
-- 원작의 유명한 '자장면' 장면이 이번 작품에도 등장한다.
▲ 저도 정석 오빠와 마찬가지로 원작의 특정 장면을 다시 보여줄 때 더 임팩트가 있지 않을 경우에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었어요. 원래 자장면 장면이 촬영 일정상 초반부에 있었는데 둘다 더 고민해보자는 생각에 뒤로 미뤘어요. 재미있게 잘 표현된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 원작과 마찬가지로 이번도 미영이 집들이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화제가 됐는데.
▲ 최진실 선배는 그 장면에서 정말 사랑스러웠잖아요. 그걸 갖고 가면서도 재미있게 저만의 느낌을 살려야 해서 부담이 컸어요. 극중 미영이 부르는 소녀시대 태연 '만약에'는 제작진이 선곡했어요. 제 실제 애창곡은 영화 '경주'에서 보여준 노고지리의 '찻잔' 같은 거예요. (웃음)
-- 촬영 초반부에는 민망했을 장면도 눈에 띈다.
▲ 민망하지 않았어요. (웃음) 둘다 욕심나는 장면은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찍을 수 있을까 고민이 컸거든요. 그래서 '그냥 벗어요' 이런 분위기였어요. 정석 오빠도 과감하게 했고요.
-- 편집돼 아쉬운 장면들은.
▲ 저가 연기한 부분이 많이 편집된 것 같아요. 하하. 원작에도 있던 부분인데 미영이 담배를 사서 처음 피는 장면도 편집됐어요.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편집본이 적절한 것 같아요.
--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지.
▲ 제가 전작에서 보여준 역할들이 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많았잖아요. 이제는 좀 편안하면서도 현실에 발붙인 배역을 연기하고 싶어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이지만 인생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연기를 떠나서 인생에서도 느끼는 바가 클 것 같아요.
-- 미모가 현실성 있는 연기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것도 사람들이 만든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제가 연기한 희수도 환상 속 인물이잖아요.
-- 올해 오랜만에 영화 출연을 했는데.
▲ 요즘 한국영화는 여배우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영화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사랑 이야기를 많이 좋아하는데 한국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없어요. 여배우 입장에서나 관객 입장에서나 영화 장르가 좀 더 골고루 나왔으면 좋겠어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같은 영화도 출연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가요.
-- 결혼관은 어떻게 바뀌었나.
▲ 저는 워낙 어릴 때부터 연기해서 그런지 아직도 결혼은 십몇년 후에나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하다 보니 결혼하고 싶기도 하고, 결혼이라는 것이 어쩌면 정말 가까운 미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번에 간접적으로 결혼생활을 해서 그런지 결혼해서도 잘 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겨요.
-- 미영과 영민은 그 이후로 어떻게 살았을까.
▲ 싸우고 사랑하는 일을 평생 죽을 때까지 똑같이 반복하겠죠. (웃음) 그것이 부부가 아닐까 생각해요.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