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 한국프로야구, 아시아로 진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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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을 현장에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당연히 한국팀 경기가 주관심사지만, 그동안 자주 볼 수 없었던 야구 약소국들의 경기에도 눈길이 간다. 

한국과 같은 예선 B조에 속한 홍콩과 태국 선수들은 우리 중학야구 수준인듯 하다. 플레이 하나하나가 어설프지만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소수의 몇 나라가 메달을 독점하는 야구 종목을 아시안게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태국이나 홍콩같이 참가에 의의를 두는 팀들은 죽었다 깨도 한국이나 대만을 이길 수 없으니, 흥미진진한 승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사실 이런 수준 차는 다른 종목도 예외는 아니다. 실례로 이번 아시안게임 수영만해도 중국과 일본이 금메달을 나눠 갖고 있다. 어느 종목이나 들러리는 있고, 소수의 몇 나라만이 메달을 독식하는 구조다.

오히려 기자는 홍콩, 태국, 몽골, 파키스탄 대표팀의 수준 낮은 야구를 보면서 좀 다른 생각을 해봤다.

이런 야구 약소국에 기술을 전수해 ‘야구 한류’를 일으켜 보면 어떨까.

이미 한국의 야구인들이 베트남 호치민시에 우리 자본으로 야구장을 짓고 선수 육성에 도움을 준 일화가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해보자는 것이다.

다만 배트남의 예처럼 개인 몇 명이 나서 추진하기 보다는 지속적이고, 체계화된 방식으로 한국의 선진야구를 전수할 수 있는 방안이면 더 좋을 것 같다.

만약 우리 프로구단이 나서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구단들이 동남아 같은 야구 불모지에 <야구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코칭스태프를 파견해 동남아선수들에게 야구를 직접 가르치게 하는 것이다.

많은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도미니카 공화국 등에 아카데미와 캠프를 운영하면서 우수한 자원을 직접 길러내는 시스템을 참고해볼만 하다. 이런 메이저리그의 아카데미는 간혹 선수들에 대한 인권 유린 논란을 낳기도 하지만, 적어도 중남미 선수들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프로구단들이 이런 방법으로 동남아에 진출해 ‘야구 한류’를 일으킨다면 한국과 한국야구에 대한 이미지 재고 뿐 아니라, 은퇴 야구인 일자리 창출, 중계권 판매 등 부수적인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특히 중계권 판매는 야구 한류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우리는 아시아에서 일본못지 않은 높은 수준의 프로리그를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KBO가 한국의 프로야구 중계권을 해외에 판매한 사례는 아직 없다. 해외에서 한국야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중계권에 대한 수요도 생길 것이다. 우리가 메이저리그를 즐겨보듯이 동남아 야구팬들이 안방에서 한국야구를 보고, 박병호나 김광현은 한류스타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야구의 세계화’ 아니겠는가.  

또한 아카데미를 통해 성장한 동남아 선수들에게 퓨처스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중 ‘군계일학’이 나오면 정식 외국인선수로 계약도 하는 것이다. 구단 입장에서도 손해볼 일은 아니다.

물론 이렇게 동남아 국가의 야구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 국제대회에서 한국에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협소한 시각이다. 많은 국가들의 야구 경쟁력이 높아지면 질수록,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부활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프로야구단 관계자 분들은 기자의 이런 제안을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치부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고려해 주길 당부 드린다.

[사진제공=OSEN]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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