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대한민국 슈퍼갑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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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현직 국회의원입니다. 남종현 회장은 숙취 해소제로 유명한 ‘여명 808’를 만드는 그래미의 회장으로 현직 대한유도회 회장이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지위로 봤을 때 두 명 모두 대한민국 상위 1% 안에 드는 이른바 ‘슈퍼 갑’입니다.

김현 의원은 지난 17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함께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 기사, 행인 2명과 시비가 붙어 폭력을 휘둘렀다는 파문에 휩싸여 있습니다. 김현 의원은 직접 폭행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유가족의 폭행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경찰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어 진실은 조만간 가려질 전망입니다.

남종현 회장은 김현 의원의 사건이 터진 나흘 뒤인 지난 21일 인천 아시안게임 유도 경기가 열리는 도원체육관에서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인천 중부경찰서와 한국 선수단에 따르면 남 회장은 21일 오후 7시 15분쯤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유도 경기에 출입증이 없는 지인 3명을 동반 입장시키려다가 안전요원의 제지를 받자 언성을 높이며 입장을 강행하려고 했습니다. 남 회장은 “유도회 회장은 유도 경기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며 “여기서는 내가 왕”이라고 소리쳤습니다. 남 회장은 현장에 있던 중부서 모 과장 등 경찰관 2명에게도 4∼5차례 욕설을 퍼부으며 행패를 부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체육회는 대한유도회에 경위서 제출을 지시했고 조만간 진상조사에 나설 예정입니다. 경찰도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남 회장을 소환해 모욕죄로 형사 입건할 방침입니다. 김현 의원과 남종현 회장이 물의를 일으킨 상황은 다르지만 이들의 행태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1. 본분 망각

김현 의원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선량이고 국민의 모범이 돼야 할 국회의원입니다. 특히 김 의원의 소속 상임위원회는 경찰청을 감독해야 하는 안전행정위원회입니다. 유가족과 대리운전 기사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고 해도 중간에서 말리고 화해시켜야 하는 게 당연한 도리입니다. 특히 대리운전 기사는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폭행 사건 연루로 경찰 조사를 받는 김 의원이 경찰청을 감독할 권위가 설지 의문이 듭니다. 남종현 회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최국 유도회장은 인천 아시안게임 유도 경기 진행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운영위원장입니다. 유도 운영위원장으로서 공정하고 투명한 대회 진행을 하기는커녕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경기장에 들어올 자격이 없는 사람을 강제로 입장시키려 한 것은 본분을 망각한 처사임에 분명합니다.  

2. "내가 누군지 알아?"

 제가 두 가지 사건의 현장에 직접 있지는 않았지만 현장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김현 의원과 남종현 회장 두 사람 모두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말을 하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말속에는 국회의원과 대기업 회장은 우리 사회의 ‘을’이 법과 규정, 그리고 상식에 벗어나더라도 ‘갑’을 ‘알아서 모셔야’한다는 특권 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김현 의원은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출두한 뒤에도 형사과장실에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입만 열면 ‘정의’와 ‘공정수사’를 강조하던 그 김현 의원이 맞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남종현 회장도 다를 게 없습니다. 유도는 '예'의 스포츠입니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과 끝난 뒤에 승패에 관계없이 두 선수가 서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합니다. 예절을 그렇게 강조하는 유도회의 수장인 유도회장이 시정잡배나 할 짓을 했다고는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3. 침묵과 발뺌

 김현 의원과 남종현 회장은 아직까지 관련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현 의원은 조사를 받기 전 성명을 내고 “국민과 유가족, 특히 대리기사님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유가족들이 더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반말 등을 했다거나 직분을 활용해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논란의 핵심인 폭행을 방조했느냐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남종현 회장은 이 점에서 김현 의원보다 더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당사자로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인데도 사과는커녕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김현 의원과 남종현 회장의 행태는 우리 사회의 이른바 ‘슈퍼 갑’의 의식과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전형적 사례입니다. 이들의 특권 의식이 스스로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한마디로 ‘백년하청’입니다. 결국 국민적인 응징 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은 표로 따끔히 심판하면 되고  기업인들은 어떻게 하면 되는지는 이 글을 읽는 국민들이 더 잘 알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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