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투기 영공침범 급증에 발트국가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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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 공군기의 도발 사례가 급증하면서 이 지역 국가들의 시름이 날로 커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올들어 리투아니아 국경으로 접근하는 러시아 공군기에 대항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전투기가 긴급 발진한 경우가 최근 10년만에 가장 많은 총 68회에 달한다.

라트비아 영공에 대한 러시아 전투기의 근접 비행은 총 150차례나 자행됐다.

또 에스토니아에서는 5회에 걸친 영공 침범이 발생했는데 이는 최근 8년간의 사례를 모두 합한 것과 비슷한 수치다.

이들 발트해 3국만큼은 아니지만 핀란드와 스웨덴 등은 물론 캐나다와 미국, 네덜란드, 루마니아, 영국 등의 영공에 대한 러시아 전투기의 위협 비행도 과거보다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발틱디펜스칼리지(BDC)의 제임스 로저스 교수는 "이런 행보가 미래의 무엇을 의미하는지 걱정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며 "러시아는 자국이 여전히 막강한 공군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환기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방 당국자들은 올들어 이 같은 러시아의 영공침범에 대응해 나토 등의 전투기가 긴급 출격한 경우가 100회를 훌쩍 넘는다고 말한다.

이는 2013년 한해 전체의 출격 횟수보다 3배가 많은 수치다.

나토군의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의 군사훈련 자체가 늘어난데 따른 측면도 있지만 인가받지 않은 상공에 정찰기를 보낸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로 인해 국제사회와 러시아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도발이 모두 서방국의 영공 주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며 상당수의 경우 단순히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것으로 끝이 났다.

러시아는 최근 2개월간 최소 16차례에 걸쳐 미국과 캐나다 방공식별구역에 전략핵 폭격기를 진입시켰다.

특히 지난주에는 페트로 포르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북미 방문에 맞춰 2차례 같은 도발을 감행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로만 봐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옛 소련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엄청난 국방예산을 쏟아부으면서 군사훈련을 확대하고 있는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발트해 국가들은 이런 러시아의 팽창주의에 다른 어느 지역보다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에 점령당한 역사가 있는데다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러시아계 국민의 비중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해외에 거주하는 러시아계 주민들도 '러시아 세계'의 일원으로 간주해 러시아가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발트해 연안국들 사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발트해 지역을 노릴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反) 푸틴 운동의 대표 주자이자 정치 평론가인 안드레이 피온트코프스키는 "러시아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행하는 것은 세계 전략의 일부"라면서 "다음 타깃은 발트해 국가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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