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 탄환 1만4천111개에 지뢰 일종인 마름쇠 는 4천997개.
애기살인 편전은 670개, 조총은 343자루.
조선 정조 9년(1785) 함경북도 길주목 소속 서북진이라는 군부대에서 보유한 무기 현황입니다.
이런 무기류 현황은 물론이고 이 군부대에서 보유한 쌀, 콩, 조, 보리, 기장 등의 군량미 현황까지 생생하게 알려주는 고문서가 공개됐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은 당시 서북진병마첨절제사 윤빈이 교체되면서 후임자를 위해 작성한 길이 7m에 달하는 해유문서를 오늘(21일) 공개했습니다.
해유문서란 조선시대 관리가 교체될 때 후임자에게 업무를 인계하면서 작성하는 물품 목록 문서로, 후임자는 이 목록과 자신이 인수할 해당 관아의 실물을 비교하게 됩니다.
이른바 감사용 문서인 셈입니다.
분석 결과 이 문서에는 무기류, 병서류, 그리고 군량미에 이르기까지 모두 350여 항목에 이르는 물품 내역을 상세히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도서관은 "특히 300여 종에 이르는 무기류 현황이 흥미롭다"고 덧붙였습니다.
무기류는 궁시(각종 활과 화살), 화약병기(총통·조총·화약·탄환·폭탄, 화약심지 등), 사살무기(창·칼), 신호장비(징·북·취라·각종 깃발), 방어장비(방패·마름쇠) 등으로 구분했습니다.
군량미 또한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도서관은 이 문서를 통해 북방에 대한 조선 군사력의 실체를 알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나아가 문서 뒷부분에 경자년(1720)·을사년(1725)·병오년(1726)·정미년(1727)·임자년(1732)·을유년(1765)으로 나뉘어 기록한 내역을 보면 조총에 사용되는 납으로 만든 총알과 화약이 다량으로 추가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도서관은 덧붙였습니다.
이를 통해 18세기 북방의 국경지역에 화약병기가 꾸준하게 보급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영화 '역린'에서 정조가 환궁하는 길에 쏜 화살인 편전은 정조 자신이 좋아한 화살이기도 하지만 멀리 함경북도 군영에서도 널리 사용된 화살임을 알 수 있다고 도서관은 설명했습니다.
현존하는 조선시대 해유문서는 100여 건으로 적지 않은 수량이 전합니다.
하지만 지방 무관직 관원의 해유문서는 7건으로 매우 적습니다.
또한 지역으로 볼 때 함경도 지방 고문서는 학계에 보고된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 자료는 조선시대 가장 북단 지역인 함경북도 길주목 서북진이 소유한 각종 물품을 상세히 알 수 있는 해유문서로서, 조선후기 함경북도의 국방태세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도서관은 평가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