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서 어쩌지'…분향소는 여전히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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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세월호 참사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안산 올림픽기념관.

애도의 발길은 사흘째 이른 아침부터 이어져 이날 오후 5시 현재 조문객 수는 5만5천명을 넘어섰다.

분향소 제단엔 단원고 학생 90명의 영정사진과 위패가 나란히 놓여 슬픔에 빠진 조문객들을 맞았다.

하나같이 밝디밝은 얼굴에서 고개 숙인 '어른'들은 그저 미안할 뿐이다.

눈시울을 붉히며 분향소로 들어와 오열하며 제단을 등지는 조문객들이 많아지면서 주최측은 출입구에 눈물 닦을 휴지를 마련해놨다.

조문객들은 쌓여가는 눈물만큼 희생자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듯 연방 눈가를 훔쳐내며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었다.

분향소 앞에 설치된 게시판에는 추모글을 적은 메모가 계속 늘고 있다.

'○○야 그때 내가 했던 말 진심이 아니었는데 왜 오해 풀 기회도 안주니', '약속은 좀 지키자 왜 안 오는 건데'라며 원망 섞인 그리움과 함께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하다', '너는 하늘나라 갔는데 나 혼자 사는거 미안해서 어쩌지' 등 애절한 메시지들이 내걸렸다.

분향소 옆에 새로 마련된 추모 메시지 실시간 공개시스템(#1111)에는 발신번호 뒷 네자리 숫자와 함께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귀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추모 문자메시지는 5만3천여건을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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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족은 분향소를 찾아와 딸의 영정사진을 가져갔다.

주최측에 노모가 손녀의 죽음을 알면 안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새벽 안산시내 한 장례식장에서 딸을 떠내보낸 이들은 가슴에 묻은 딸의 영정사진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보자기에 싼 영정사진을 가슴에 꼭 품은 어머니의 축 처진 어깨에선 딸을 보낸 슬픔과 함께 노모의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이를 지켜본 조문객들은 "유족들은 아직 위로와 추모조차도 상처가 될 정도로 얼마나 아플까..."라며 말을 아꼈다.

이렇게 제단에는 사망이 확인된 140명의 학생 중 89명의 영정사진만 놓이게 됐다.

한편 분향소 바로 옆에서는 대전에서 조문하러 왔다는 이모(58)씨가 첼로를 연주하며 아이들을 추모했다.

구슬픈 첼로음으로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이 나즈막히 울려퍼지자 지나던 조문객들도 하나둘 모여 슬픔을 나눴다.

이씨는 "안오면 미안할거 같아 왔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불편한 마음이다"며 "나에게 있는 달란트(재능)가 연주다보니 이렇게나마 슬픔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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