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유산' 김치, 겹겹악재 일본시장에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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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바이어들이 김치 포장에서 한글표기를 뺄 수 없느냐고 하니…참 난감하네요."

아시아 최대의 식품 박람회인 '푸덱스(Foodex·도쿄식품박람회) 재팬 2014'가 열리고 있는 일본 지바현 지바시의 한 대형 전시장에서 김치를 전시.판매하고 있는 한국산 김치 수입업체 관계자의 고민입니다.

한일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반한 감정 때문에 포장에 한글이 쓰인 김치에는 일본 손님들의 손이 좀처럼 가지 않고, 심지어 매장 측에 손님의 항의가 접수되기도 한다는 얘기입니다.

2012년만 해도 8천460만 달러(약 906억원)의 대일 수출고를 올리며 '1억 달러' 고지를 눈앞에 뒀던 김치는 지금 일본시장에서 '3대 장벽'과 악전고투하고 있습니다.

우선 '아베노믹스(양적완화를 축으로 하는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에 따른 엔화 가치 저하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데다 일본 발효식품 업계가 일본인 입맛에 맛는 달달한 '기무치' 시장에 전력투구하다시피 하면서 정통 한국 김치의 설 땅을 좁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얼어붙은 한일관계 속에 확산해가는 일본인들의 반한정서가 한국 김치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입니다.

통계상으로도 한국의 대일 김치수출은 작년 6천590만 달러(약 744억원)로 2012년에 비해 22.2%나 감소했습니다.

엔저와 일본 업체들의 시장 장악뿐 아니라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정서적인 변수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그럼에도 포덱스 2014에 참가한 한국 김치업체들은 나름의 '특화 전략'으로 일본시장의 '벽'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경남 창녕에 본사를 둔 '봄나리 김치'는 3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양파 김치'를 들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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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아삭아삭'한 맛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양파를 재료로 쓰고, 양념도 일본인 취향에 맞춰 '새콤달콤'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한성식품은 맛 만큼이나 '시각미'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취향에 맞춰 500원짜리 동전 크기로 김치를 돌돌 만 '롤 김치'를 '전략상품'으로 내 놓았습니다. '무·미역 롤 김치', '보쌈 롤 김치' 등 버전도 다양합니다.

엔저로 인해 대일 수출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100% 한국산 재료를 고집하는 '고가의 양질 김치' 전략을 계속 고수할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했습니다.

샌드위치 식빵에 김치와 치즈를 올린 이른바 '김치 토스트' 시식행사로 눈길을 끄는 회사도 있습니다. 현장의 일본인들은 피자용 치즈의 느끼함을 김치의 새콤함으로 상쇄하는 절묘한 맛에 잇달아 '오이시이(맛있다)'를 연발했습니다.

농림부와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4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 '한국관'을 설치, 엄선한 76개 한국 식품 업체를 참가시켰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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