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반성은 커녕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 나치 시절 만행을 직시하고 반성하는 독일. 두 나라의 다른 모습은 서로의 영화에서도 드러납니다.
최호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남녀 네 명의 모습을 그린 영화 '포화 속 우정'입니다.
지난해 독일 공영방송 ZDF에서 3부작 드라마로 방영돼 2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독일군의 만행을 역사적 사실 그대로 묘사하고, 전쟁 후 일부 나치 장교들이 처벌을 받지 않은 사실까지 고발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당신이 서독 정부에서 일할 줄이야….]
[내 경험을 필요로 한 거죠.]
[12년 간 사람들을 고문하고 죽인 경험?]
[슈테판 드라이어/주한 독일문화원 원장 : 이 작품이 방송된 뒤 독일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부모들에게 당시 독일이 어떤 범죄를 일으켰는지 등을 물어보며 가족 간의 토론도 이루어졌습니다.]
유럽 각국의 예술품을 약탈하는 나치와 그에 맞서는 연합군의 실화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 '모뉴먼츠맨'입니다.
베를린 국제영화제 측은 지난달, 이 영화를 공식 초청했습니다.
부끄러운 역사를 숨기지 않는 독일 영화계의 성숙한 인식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일본 영화계는 좀 다릅니다.
최근 우익 성향의 영화들이 늘고 있는데, 문제는 일본 관객들이 이런 작품들을 좋아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개봉돼 무려 8주간 흥행 1위를 차지한 영화 '영원의 제로'입니다.
가미카제 특공대원의 고뇌를 그렸는데 "보는 내내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젊은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는 등의 평가를 받으며 660만 명이 관람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고민만 다룬 채 전쟁을 일으킨 당시 일본 사회에 대한 묘사나 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쏟아졌습니다.
[이즈츠 가즈유키/일본 영화감독(라디오 방송중) : '영원의 제로'를 보고, 영화를 본 기억을 지우고 싶었어요. 어떻게 (자살) 특공이 미담이 되는 것이냐고요.]
역사 반성을 통해 국제 사회의 존경을 받는 독일.
역사 왜곡으로 과거를 숨기려는 일본.
두 나라의 서로 다른 역사 인식이 이제 문화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노인식, 영상편집 : 최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