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무방비로 촬영되는 中 핵잠수함…고도의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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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배경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찾는 중국의 휴양지 하이난의 바닷가입니다. 야산 아래 해안도로를 따라 건물 몇 채 들어선, 별다를 것 없는 중국의 해안가 풍경입니다. 그런데 방파제에 길고 시커먼 물체가 보입니다. 방파제 좌우의 검은 물체의 정체는 중국 해군의 잠수함입니다. 그것도 핵 미사일을 장착한 탄도 미사일 잠수함(Ballistic Missile Submarine)입니다. SSBN이라고도 불립니다. SS는 잠수함을 의미하고 B는 탄도 미사일, N은 원자력 추진을 뜻합니다. 우리나라는 가질 엄두도 못내는 전략 무기입니다.

사진 속 잠수함은 진(晋)급(배수량 8천톤) 094형 핵 잠수함입니다.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발사할 수 있어서 미국도 잔뜩 경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 094형 3척을 전력화했습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진 속에는 그 3척이 다 있습니다. 전략 무기가 고스란히 한자리에 모여 있다가 누군가에게 찍혔습니다. 이 사진은 중국의 국방 관련 블로그에 지난 2월 초에 실렸습니다.

● 중국 최신예 전략 원자력 잠수함, 094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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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中 핵

사진 속 잠수함은 제일 윗 구조물인 망루(turret)와 본선체 사이에 한 개 층의 구조물이 더 있는 형태입니다. 094형 잠수함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망루와 본선체 사이의 구조물은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의 발사대입니다. 깊은 물 속을 누비고 다니다가 은밀하게 핵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094형은 SLBM,을 12발까지 장착할 수 있습니다. 이 잠수함이 운영하는 SLBM은 사정거리 8천km의 쥐량 2호(JL-2)입니다. 태평양에서 쥐랑 2호를 발사하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전략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은 지난해 12월 22일 중국 북동부 보하이 해역에서 쥐랑 2호를 094형에 탑재해 시험발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미국이 있는 동쪽이 아닌 서쪽 신장 미사일 시험장을 향해 쏘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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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사일은 핵 탄두 3~6기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탄두가 비행 도중 3~6개로 쪼개져 각자의 방향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요격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런 미사일을 12발 장착한 핵 잠수함이니 가공할 전략 무기입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이 잠수함을 2척 더 전력화한다는 계획입니다.

● 여기저기서 무방비로 촬영되는 中 전략 무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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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들은 중국의 군사 전문 블로그인 차이나 디펜스 블로그가 지난 5일 공개한 것입니다. 이 사진이 094형 잠수함의 모습을 처음 공개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전 사진들은 중국 해군이 공식 촬영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사진들은 094형 잠수함 3척 모두를 민간인이 한꺼번에 찍은 것 같습니다. 전략 무기 사진촬영이 중국에서는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중국이니까 가능한 일이겠지요. 중국의 최신예 전투기 젠-20과 젠-31의 다양한 사진과 동영상도 공군기지과 군수업체 주변 민간인들이 찍어 공개하기 일쑤입니다. 지난 1월 14일 취재파일에서 소개한대로 미군의 헬기와 전투기로 추정되는 무기들도 중국 길거리에서 곧잘 포착돼 촬영됩니다.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은 곧바로 중국의 각종 블로그에 올라옵니다. 중국 당국이 통제할 만도 한데 그런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습니다. 중국이 최근 육해공 첨단무기를 정신없이 쏟아내고 있어서 사진 몇장 유출되는 것은 개의치 않는 걸까요? 아니면 의도적으로 단편적인 정보가 유출되도록 방임해서 적들을 긴장시키기 위한 심리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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