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대인관계에서 빚어진 온갖 갈등요인으로 괴로워하는 한국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이 조사한 우리나라 국민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17일 보사연 이상영 보건정책연구본부장의 '한국사회의 갈등 및 병리현상의 원인' 연구보고서는 지난 5월 10일~6월 22일 일반가구원 4천1명(남성 1천798명, 여성 2천203명)을 대상으로, 조사시점 이전 3개월간 가족구성원 간에 겪은 갈등경험을 조사해 공개했다.
조사결과, 78.9%가 각종 갈등요인(성격차이, 가치관차이, 경제문제, 의사소통, 신체적 학대·폭력, 폭언, 인터넷게임, 무관심, 친인척, 노부모부양, 외도, 음주, 도박, 가사, 양육, 취업, 건강, 간병, 종교, 생활양식, 별거 및 이혼)으로 가족 간 갈등을 경험했다. 가족 안에서 갈등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겪은 갈등요인 수는 3.4개였으며, 4개 이상의 갈등요인을 경험한 사례도 42.5%에 달했다.
성별·연령별 경험 갈등요인 수를 살펴보면, 여성의 가족갈등 경험비율이 80.4%로 남성의 77.0%보다 높고, 여성의 경험 갈등요인수도 평균 3.7개로, 남성의 3.1개보다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40~50대가 다른 연령층에 견줘 가족갈등 경험비율(81.7%)이 높고 갈등요인 수(3.8개)가 많았다.
월평균 소득수준이나 학력, 직업 유무 등은 가족갈등 경험비율이나 경험한 갈등요인 수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가족 안에서 가장 많이 겪은 갈등요인은 성격차이로, 최근 3개월간 경험비율(복수응답)이 43.9%였다.
이어 가치관차이(38.4%), 경제문제(37.9%), 의사소통 문제(34.6%), 건강문제(23.5%), 생활양식(22.3%), 양육(19.2%), 음주(15.5%), 친인척(15.5%), 무관심(14.3%), 가사(14.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심리적인 부담을 가장 많이 주는 갈등요인(심리적 부담이 '크다' 또는 '매우 크다' 응답비율)은 신체적 학대·폭력(65.5%), 외도(63.9%), 취업·실업문제(60.6%), 가족 내 환자 간병문제(53.8%), 가족의 건강문제(51.3%), 노부모 부양문제(42.2%) 등이었다.
특히 신체적 학대·폭력으로 가족 간 갈등을 겪은 여성의 80%가 심리적인 부담이 '크다' 또는 '매우 크다'고 대답한 반면, 남성 응답자는 33.3%에 불과했다. 가정 폭력을 행사하는 쪽이 주로 남성으로 남성은 신체적 폭력에 따른 갈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여성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성격차이나 가치관차이로 말미암은 갈등으로 심리적인 부담이 크거나 매우 큰 비율은 각각 20.3%, 18.6%에 그쳤다. 이는 성격차이나 가치관차이가 가족 안에서 가장 흔하게 겪는 갈등요인이지만 이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가족 갈등요인 수가 많을수록 주관적으로 느끼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으며, 흡연이나 음주, 불면경험 등 바람직하지 않은 건강행태를 보인 비율도 높았다. 아울러 우울 증상 고위험군과 정신건강 고위험군, 자살생각 경험군의 가족 갈등요인 수가 정상군에 견줘 훨씬 많았다.
이와 함께 보사연이 9월 10일~10월 14일 근로자 75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조사 이전 3개월간 총 26가지 갈등 및 스트레스 요인(업무 동시수행, 고도의 기술과 지식요구, 창의력 요구, 비합리적 인사제도, 불충분한 업무지원, 의사반영기회 및 통로제한, 부서간의 업무 비협조, 바람직하지 않은 근무조건 변화 등) 중에서 최소 1가지 이상 경험한 비율이 80.9%에 이르렀다.
직장 내 갈등으로 말미암은 우리나라 근로자의 스트레스 수준이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근로자가 겪거나 평소 느끼는 갈등 및 스트레스 요인 수는 평균 8.7개였다.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은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경우로, 근로자의 58.7%가 겪었다. 직장 내에서 갈등과 스트레스 요인을 많이 겪을수록 자살생각을 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