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4)는 유명세에 비해 사생활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 자체를 꺼리기 때문이다. TV 출연 의뢰가 끈질기게 들어오자 "인형 탈을 쓰고 출연해도 좋다면 나가죠"라고 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독자들에게는 "전철 안에서 마주치더라도 말을 걸지 말아 주세요"라고 부탁의 메시지를 남기고 자신이 외국 생활을 좋아하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바로 하루키다.
하루키가 바라는 것은 어쩌면 어린 시절이나 학생 시절에 그랬듯이 '무명이라는 것'의 홀가분함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글이 우리를 지독하게 매료시킬 때 우리는 글쓴이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신간 '웰컴투더하루키월드'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하루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에 편승한 책이다. 일본의 현대문학 평론가인 쓰게 데루히코는 이 책에서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 인터뷰까지 거의 모든 기록을 수집해 하루키를 분석했다.
물론 하루키의 사생활을 엿본 책은 이전에도 몇 권 출간된 적이 있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하루키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이를 토대로 하루키 작품 분석까지 시도했다는 점이다. 하루키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았다는 출판사의 소개가 그리 과장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저자는 하루키라는 신비로운 작가가 태어날 수 있었던 배경을 고전을 좋아했던 국어교사이자 승려였던 아버지, 일본의 학생운동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에 그것도 학내분쟁이 유난히 거셌던 와세다대에서 청춘을 보낸 하루키의 이력에서 찾는다.
아울러 하루키 작품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인 '도시 속의 고독'의 발원지로 베이비붐 세대에서는 흔치 않은 외아들로 도시에서 자란 하루키의 성장 배경을 지목한다.
하루키는 인생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그만큼 점점 고독해져 간다. 모두가 그러하다.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고독에 익숙해지기 위한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에 불과하다."(136쪽)
하루키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정도의 '달리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저자는 하루키의 입을 빌려 그의 '달리기'를 '글쓰기' 작업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본다.
"생각해 보면 살이 찌기 쉬운 체질로 태어난 것은 오히려 행운인지도 모른다. 나 같은 경우에는 체중이 늘어나지 않도록 매일 격렬한 운동을 하고 식단에 주의를 기울여 조절해야만 한다. 고된 인생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살이 붙지 않는 체질인 사람은 운동이나 식사에 딱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중략) 이러한 관점은 소설가라는 직업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소설가는 굳이 애를 쓰지 않아도 자유자재로 소설을 쓸 수 있다. (중략)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런 타입이 아니다. 소설을 쓰려면 체력을 혹사하고 시간과 수고를 들여야만 한다. 작품을 쓰고자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깊은 구덩이를 파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수원(水源)이 마른다 싶으면 과감하게 그 구덩이를 버리고 바로 다른 자리로 옮길 수가 있다. 자연적인 수원에만 의존해온 사람은 갑자기 그렇게 하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86~87쪽)
이 책은 일본 현지에서는 2010년에 출간됐다. 일본어 출판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윤혜원 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윌컴퍼니. 256쪽. 1만5천원.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