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채널 SBS]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뒤 이규혁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이규혁은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뜨거운 열정상’ 인터넷 투표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를 제치고 1위에 올랐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민 감동 금메달까지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본 한 영화사에서는 이규혁의 스토리를 영화로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전에 나온 스포츠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같은 영화를 만들 생각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영화 제작은 시나리오 작업 도중 무기한 보류가 결정됐습니다. 당시 관계자가 알려줬던 제작 보류의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뒤 이규혁이 너무 잘했기 때문”입니다. 영화사는 '우생순' 같이 최선을 다한 패자가 주는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규혁이 올림픽 이후 세계 선수권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따내 원래 생각했던 감동의 요소가 떨어졌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규혁은 올림픽 다음 시즌인 2011년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에서 개인 통산 4번째 금메달을 따냈고, 세계 종목별 선수권 500m에서도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규혁은 또 한 번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됐고, 소치 올림픽이 끝나면 다시 영화 제작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약 영화 제작이 추진된다면 이번에는 가슴 적시는 패자의 스토리 대신 해피엔딩의 시나리오를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규혁의 빙상 인생은 지금까지 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1. 국가대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출신 아버지와 국가대표 피겨 선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타고난
빙상 선수
2. 13살, 중학교 1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 발탁
3. 15살, 중학교 3학년 때 올림픽 무대 데뷔
4. 19살에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세계 신기록 수립
5.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 최고령 금메달 (2011년, 32세 313일)
6. 세계 종목별 선수권 500m 최고령 금메달 (2011년, 32세 362일)
여기에 20년에 걸친 5전 6기의 올림픽 메달이 더해진다면 더 이상 극적일 수는 없을 겁니다. 이규혁은 지금도 ‘이규혁 생애 최고의 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상 제공 : SBS올림픽기획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