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에 날아든 아제르바이잔 발(發) '김장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라는 낭보는 김치가 이제는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본격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5일 김장문화가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고 해서 그것이 그렇지 않은 유산에 대한 상대적인 가치의 우월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네스코라는 '마크'와 함께하게 된 것은 적지 않은 문화적 상징성을 지닌다고 무형문화재 전문가인 임돈희 동국대 명예교수는 말했다.
문화재청은 "한국의 대표적인 식문화로서, 일부 전승자가 아니라 전 국민이 행하는 생활 속의 무형유산인 김장문화가 유네스코에 등재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가시성을 제고하고 무형유산의 중요성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다소 추상적인 평가인 이 말을 푼다면, 김치와 김장문화를 통해 국내에서는 무형문화가 유형문화 못지않은 문화의 자산임을 다시금 각인케 하고, 국제무대에서는 한국문화를 홍보하는 일익을 김치와 김장이 담당하리라고 본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유네스코에 등재된 '김장문화'의 영어 표현이 '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김장, 한국에서의 김치 만들기와 나누기)라는 점은 눈길을 끈다.
이는 김장을 단순히 김치라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이를 통해 이웃과는 나눔을 실천하고 공동체에서는 결속을 다지는 일련의 독특한 한국의 문화현상으로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 90%에 달하는 한국인이 직접 김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김장문화가 공동체에서 자발적으로 전승해 왔다는 점도 이번 등재 결정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형유산위는 나아가 이번 등재가 "비슷하게 천연재료를 창의적으로 이용하는 식습관을 지닌 국내외 다양한 공동체간의 대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네스코는 이와 함께 한국이 제출한 등재 신청서를 "무형유산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영감을 주는 모범 사례(an inspirational model)"라고 극찬했다.
우리에게는 비교적 익숙한 무형유산이라는 개념은 일본, 중국을 포괄하는 동북아 지역을 벗어나면 여전히 생소하게 인식되곤 한다. 유네스코에서도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라는 유형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세계유산'(World Heritage)에 비해 '인류무형유산'(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은 아직 역사가 일천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네스코로서도 어떤 점에서는 무형유산이라는 개념을 현재도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네스코는 우리가 제출한 등재 신청서가 무형유산의 개념과 인류무형유산의 개념 및 기준을 너무나 잘 해석하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등재를 통해 향후 우리는 유네스코의 무형유산 사업에서 더욱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도 평가된다.
한편 같은 '음식문화'로서 우리가 등재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궁중음식'과 이번 김장문화 등재는 여러모로 비교된다.
궁중음식을 우리는 '음식'으로 접근했지만, 이번 김치는 김치라는 음식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포괄하는 '문화'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나아가 김장은 전 국민이라는 향유 계층이 있지만, 궁중음식은 그것이 결핍된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궁중음식 실패와 김장문화 등재는 향후 등재를 준비하는 다른 우리의 무형유산에도 시금석 같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