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특설무대에서 작은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무대의 주인공은 한국의 3인조 신인 걸그룹 ‘더 글로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공연하는 데뷔 무대입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신인그룹 공연에 프랑스 관객이 300여 명이나 몰려 들었습니다.
팬들이 모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멤버 가운데 한 명이 프랑스인이어서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인은 올해 23살 올리비아 양입니다. 농구선수 출신인데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가수의 길을 가기 위해 선수생활을 중단하고 파리의 한 음악학교에서 보컬과 댄스, 연기를 공부했다고 기획사측은 밝혔습니다. 2년전 프랑스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뒤 서양인 멤버를 찾던 한국 기획사와 연결됐다고 합니다.
현지 취재진도 꽤 왔습니다. 공연에 앞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사인 TF1과 인기 유료 방송인 카날+ 등 주요 방송사들은 콘서트에 앞서 뉴스와 특집 코너를 통해 올리비아와 더 글로스를 소개했습니다. 프랑스인이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의 걸그룹에 왜 합류했을까, 그리고 K팝과 한국의 연습생 문화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올리비아는 1년전부터 한국에 머물며 연습생 생활을 했습니다. 방송 카메라는 올리비아의 하루 일과를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12시간씩 노래와 안무를 연습했습니다. 숙소는 스튜디오에서 가까운 아파트였는데, 집에 와서는 한국말을 배웠습니다. 프랑스 취재진 눈에는 한국의 연습생 문화가 무척 신기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모양입니다. 카날+는 “3명의 여자들은 '일-일-일'하는 한국 방식의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라고 코멘트를 했습니다. 한국인 안무가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강도 높게 훈련한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올리비아는 SBS와 인터뷰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스케줄이 힘들었지만 음악과 춤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루가 굉장히 빨리 지나갔다”고 말했습니다.
올리비아가 한국 걸그룹에 합류한 배경도 프랑스 언론의 관심 대상이었습니다. 방송은 K팝이 중국과 태국 멤버를 합류시켜 아시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습니다. 2PM의 닉쿤, f(x)의 빅토리아 등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그룹도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서양인 멤버로 유럽 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시장에서 성공하면서 동시에 유럽 팬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습니다.
더 글로스의 프랑스 현지 프로듀서는 SBS와 인터뷰에서 “K팝은 프랑스 팝과 달리 의상과 춤, 그룹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프랑스인에게는 독특한 스타일로 비쳐진다”고 평가했습니다.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K팝을 유럽 스타일로 변형해야 한다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유보했습니다. K팝의 열정과 스타일, 새로움을 살리면서도 보편적인 유럽 팬의 입맛에 맞출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한 듯합니다.
흔히 한국의 아이돌이나 걸그룹이 국내에서 성공한 뒤 그 상품을 들고 해외로 나갔는데, 더 글로스는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붐을 일으켜 보겠다는 프로젝트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면 집토끼(한국)와 산토끼(해외)에 대한 성향 분석과 사냥 방법이 있어야 할 텐데 한국과 프랑스측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한 것만으로는 잘 모르겠더군요. 그래도 새로운 시도에 격려와 응원을 보냅니다.